휴대폰 자급제 '찻잔 속 태풍' 되나…제조사 관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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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5월1일자로 휴대폰 자급제가 시행됐다.
휴대폰 자급제는 그동안 통신사가 독점 관리하던 국제 모바일 기기 식별코드(IMEI)를 개방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기기정보와 정품 여부가 확인된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를 통해 출시한 단말기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요할 수 있었다.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 및 가입정보에는 문제가 없어도 등록되지 않은 IMEI 단말기는 차단했다. 이를 개방형으로 바꾸면 분실 도난 등 문제가 있는 IMEI망 통신망 접근을 막게 된다. 단말기와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되는 것이 골자다. 통신사의 단말기 지배력을 제거해 경쟁을 유도, 단말기 가격을 낮추려는 정책이다.
그러나 국내 휴대폰 제조 3사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국내 제조사뿐만 아니라 기존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해외 제조사도 같은 태도다.
제조사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있으나 이는 통신사 판매점이다. 자급제 이전에도 있던 통로다. 유통망 재정비 등 사전 정지 작업은 진행하고 있지만 당분간 휴대폰 자급제 방식 판매 계획은 없다. 자가 유통은 물론 유통 전문점에 제품을 공급치도 않았다. 현재로서는 ‘관망’이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휴대폰 제조사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는 통신사와 관계 때문이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를 이유로 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 3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53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부각은 되지 않았지만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SK텔레콤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4000만원도 내렸다. 제조사가 휴대폰을 직접 유통하는 것을 방해한 경쟁제한행위를 했다는 판단에서다.
2010년 2월 SK텔레콤이 삼성전자가 SK텔레콤용으로 생산한 휴대폰 중 SK텔레콤을 거치지 않고 유통망에 직접 공급하는 휴대폰 비율을 20%내로 제한한 것이 적발됐다. IMEI 독점을 무기로 초과 물량은 등록을 거부하는 방법을 썼다. SK텔레콤을 거쳐 유통되는 휴대폰과 삼성전자가 직접 유통하는 휴대폰의 가격경쟁을 제한한 것이다.
이런 통제가 가능했던 이유는 2가지다. 통신사가 IMEI 관리를 독점했던 것과 휴대폰 1차 구매자라는 점이다. 휴대폰 자급제 시행으로 전자는 해소됐지만 후자는 여전하다. 최대 고객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것이 없다. 통신사가 경쟁사 단말기에 보조금을 더 주거나 물량을 적기에 대리점에 분배치 않으면 제조사는 손해다. 통신사 유통망 의존도가 높은 외국 제조사는 더 하다.
제조사는 통신사를 통한 유통과 독자 판매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통신사 유통이 유리하다. 통신사를 통하면 제품이 소비자에게 팔리던 팔리지 않던 통신사가 공급을 받는 단계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재고 부담을 덜 수 있고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통신사 보조금의 힘을 빌어 비싼 휴대폰을 팔 기회도 많다. 독자 판매는 이를 제조사가 떠안아야 되는 위험이 있다. 괜히 총대를 멨다가 독자 판매가 실패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휴대폰 자급제는 통신사에게 이런 통로도 있다는 위협 정도가 적절하다.
이후에도 기존 휴대폰 제조사가 휴대폰 자급제의 취지에 방향의 독자 유통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반기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화웨이나 ZTE 등의 저가폰이 먹히더라도 눈에 띄는 움직임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국내 제조 3사의 경우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준에서 통신사를 통해 내놓지 않은 신제품이나 출시 후 시간이 지난 모델을 1~2종 판매할 확률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전국 판매 보다는 일부 매장에서만 이뤄질 전망이다.
결국 현재의 휴대폰 자급제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제조사 유통망의 통신사 판매점 역할 강화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진화 방향은 자신의 매장에서는 자신의 회사 제품을 중점 판매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통신사 직영점과 반대 방향이다. 통신사 직영점은 여러 제조사가 만든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지만 해당 통신사에만 가입해야 한다. 제조사 유통망은 통신 3사에 가입할 수 있는 해당 제조사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가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매장 간판은 삼성전자지만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통신사 판매점과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폰이 많이 전시돼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국내처럼 통신사가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북미 상황이 비슷하다. 자가 유통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사는 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내놓고 첫 레퍼런스폰 ‘넥서스원’을 독자 유통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구글은 ‘넥서스’ 시리즈를 통신사를 통해 유통하는 형태로 전략을 수정했다. 레퍼런스폰 제조사를 HTC에서 삼성전자로 교체한 것도 통신사와 관계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북미 시장에서 자급제는 선불 요금 등 일부 시장에서만 효용성을 발휘하고 있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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