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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잘 만들어진 다음TV플러스, 성공 가능성은?

심재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지난 달 22일 인터넷포털 다음이 스마트TV 플랫폼 ‘다음TV’와 이를 탑재한 셋톱박스 ‘다음TV 플러스’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수년 전 IPTV 시장 진출을 계획하다가 실패했던 다음이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양방향 TV 분야를 연구해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애플과 구글이 해외에서 이미 유사한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지만, 국내에서는 셋톱박스형 스마트TV가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며칠 동안 다음TV플러스를 시험해 본 느낌은 ‘꽤 잘 만들어진 플랫폼’이라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사용자경험(UX)이 훌륭합니다. 리모콘 반응도 매우 빠르고, 무선인터넷으로 연결됐음에도 고화질 콘텐츠가 끊김 없이 실행됐습니다.

특히 리모콘이 훌륭합니다. 리모콘 앞면은 채널이나 음량을 조절하는 일반적인 TV 리모콘과 같은 모습이고, 뒷면은 쿼티자판입니다. 기존IPTV 리모콘의 문자입력 방식은 VOD 검색이라도 할 때 매우 불편했는데, 다음TV플러스 리모콘은 훨씬 쉽고 빠르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광학 트랙패드도 웹서핑 할 때 유용합니다.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쉽게 리모콘 작동법을 알 수 있습니다.

음성인식 기능도 유용합니다. 작은 리모콘으로 입력하기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는 음석인식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하면 문자가 입력됩니다. 음성인식 품질도 좋은 편입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다음TV는 지난 달 제주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콘텐츠 부족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기존 IPTV에 비해 콘텐츠는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유아를 위한 키즈 섹션과 스포츠 코너가 비중 있게 배치됐지만, 이것만으로 시청자의 눈을 잡기는 부족합니다.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등 지상파 방송 VOD와 미드(미국 드라마) 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절실해 보입니다. 영화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콘텐츠가 부족하면 다음TV를 켤 이유가 별로 없게 됩니다.

그러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 가능합니다. 다음TV에는 에브리온TV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에브리온TV는 판도라TV가 운영하는 스마트기기 방송채널로, 기존에 TV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채널이 방송됩니다. 다음TV의 애브리온TV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모든 채널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확충되고, 에브리온TV나 곰TV, 손바닥TV,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입점된다면 기존 IPTV와 차별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음TV의 성패는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 제공자들이 다음TV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가능성 높고 유용한 시나리오는 지역의 인터넷 및 케이블TV업체와 손을 잡는 것입니다. 이들은 현재 KT 쿡TV와 같은 IPTV에 맞대응할 무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다음TV와 궁합이 매우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다음은 이를 위해 케이블TV 사업자와 이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을 알려져 있습니다.

[심재석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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