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저축은행 단일 통합전산망으로 회귀 논의, 업계 당혹

이상일 기자

- 금융지주사 소속 저축은행은 예외, 일부 독자시스템 운영 저축은행 반발있을듯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독자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 금융시대에 대응해오던 저축은행들이 다시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받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자체 전산망을 사용하는 30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 전산망에 가입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1999년 저축은행 중앙회가 4개사를 대상으로 통합전산망을 처음 개통한 이래 저축은행 전산시스템은 자체 전산망 구축과 공동망 사용으로 나뉘어져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독자 시스템 구축에 나선 저축은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독자 시스템을 통해 경쟁력 확보와 상품 개발의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전체 93개 저축은행 중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는 저축은행은 30개에 달하는 시점이다.

 

◆자체 전산시스템 사용 저축은행 문제 불거져 = 그러나 저축은행의 부실경영과 비자금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저축은행 IT시스템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영업정지된 20개 저축은행 가운데 18개 저축은행이 자체 전산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체 전산시스템을 사용하는 저축은행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자체 전산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한 중앙회 전산시스템 참여를 요구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IT시스템 운영에 대한 전략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감원의 요구에 따라 이미 일부 저축은행들은 중앙회 전산시스템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에서 전산망 가입 비용을 문의해오는 경우가 최근에 몇 건 있었다”며 “하지만 공식적으로 우리 전산망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곳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저축은행 전산망은 60여개 가입 저축은행이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으로 구축돼있다. 따라서 독자 전산망을 사용하는 저축은행이 다시 저축은행중앙회 전산망을 사용할 경우 관련 시스템 증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시스템은 지난 2007년 애플리케이션 고도화에 이어 2011년 서버 등 하드웨어에 대한 장비교체를 진행한 상태다. 차세대시스템의 경우 검토가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 전산망을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날 경우 추가 증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실 저축은행 반발 거셀 듯 = 하지만 독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회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 전산망을 구축한 이유가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력 확보와 경쟁력 상승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뱅킹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서 중앙회 운영 방식의 IT시스템은 신속성 면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해 시장 환경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마트폰 뱅킹의 경우 독자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던 저축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왔으며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의 시스템 구축은 한발 늦었던 것처럼 공동망을 통한 대응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한편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전산망을 쓰는 저축은행의 경우 사고예방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니 중앙회 전산망 가입을 유도해 이를 막아보자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업체들과 면담을 통해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지주사에 인수된 저축은행의 경우 이러한 중앙회 전산망 가입을 강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앙회 전산망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이미 투자된 부분이 있고 리스크 관리가 되는 만큼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중앙회 전산망 가입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KB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우리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등 금융지주사에 흡수된 저축은행들은 이미 독자 시스템을 기반으로 금융지주사 차원이 시스템 이전이 이미 완료된 상황으로 다시 중앙회 전산망으로 돌아가기에는 투자비는 물론 리스크 관리면에서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비교적 건실한 운영을 하고 있는 독자 전산망 운영 저축은행들이다. 독자 전산망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 저축은행은 그동안의 투자를 포기하고 중앙회 전산망으로 다운그레이드(Downgrade)하는 것이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 IT관계자는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변칙대출 등을 감시하기 위한 여신 상시감시시스템을 하반기에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등 시스템 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며 “중앙회 전산망을 사용한다고 해도 이를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할수 없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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