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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450mm 웨이퍼 전환, 삼성전자의 선택은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최근 반도체 업계의 이목은 삼성전자와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에 쏠려 있다.

ASML은 지분 25%를 걸고 인텔과 삼성전자, TSMC에 극자외선(EUV) 및 450mm 웨이퍼에 대응하는 포토 리소그래피(노광) 장비의 공동 연구개발(R&D)을 제의했다.

인텔과 TSMC는 각각 ASML의 지분 15%, 5%를 인수하고 추가 R&D 비용까지 합쳐 조 단위의 투자를 단행키로 결정했다. 그런데 인텔에 이은 반도체 업계의 ‘큰손’인 삼성전자는 아직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장비 업자들은 “새로운 노광 장비를 한 대 개발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말한다.

ASML은 과거 200mm 웨이퍼 시절, 300mm 웨이퍼용 장비를 개발하는 데 꼬박 14년이 걸렸고 투입된 비용만 120억달러(13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450mm의 경우 150~200억달러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지는 아직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단계라고 ASML은 밝히고 있다.

ASML이 인텔과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장비를 좀 같이 개발하자’며 손을 벌린 근저에는 성능 좋은 장비를 만들면 반도체 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미리 돈을 태워두면 신형 장비를 먼저 받아서 양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혜택(?)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혜택으로 다가올 것인지는 가늠키가 힘들다.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설비를 450mm 웨이퍼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생산성 확대, 그리고 그에 따른 원가 절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300mm 웨이퍼 설비를 450mm로 전환하면 같은 공정을 적용할 경우 생산되는 칩 수를 2.25배 늘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더 넓고 두꺼워진 450mm 웨이퍼와 EUV에 맞는 포토레지스트(감광) 물질 등 재료 가격이 300mm보다 10배는 높을 것이라고 하니 ‘앞선 도입’이 꼭 혜택으로 다가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산한 독일 키몬다의 사례를 똑똑히 봤다.

키몬다는 D램 공장에 최초로 300mm 생산 설비를 도입한 업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키몬다가 300mm 설비를 도입하고 몇 년이나 지난 후인 2005~2006년 200mm 반도체 공장의 원가가 가장 좋았다”며 “300mm 웨이퍼 설비의 우선 도입은 키몬다의 파산을 재촉한 셈”이라고 말했다.

즉, 삼성전자가 ASML의 투자 제의에 고심하는 이유는 이러한 여러 정황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내부에선 찬성파와 반대파 의견이 엇갈리고 있을 수도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노광 장비를 ASML에만 의존해야 하는 시장 상황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불안하고 불편하다. 인텔도 이를 우려한 듯 최근 니콘에도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세정 장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었던 오스트리아 SEZ를 견제(가격협상력 구축)하기 위해 일본 업체인 다이니폰과 합작, 한국디엔에스를 설립하고 관련 장비를 개발했었다.

한국디엔에스는 현재 국내 1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세메스의 전신으로, 세메스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이 회사의 매엽식(싱글 타입) 반도체 세정 장비는 삼성전자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현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혹자는 꿈같은 소리라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노광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자 일본 업체들과 합작사 설립을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삼성전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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