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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공약에 통신사 ‘멘붕’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업계가 시름에 잠겼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통신요금 인하 공약으로 가입비 폐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30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중소기업DMC타워에서 간담회를 열고 ICT 정책 방향 및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박 후보는 ▲창의 혁신 기업 육성 ▲콘텐츠 산업 집중 육성 ▲방송 공공성 강화 및 산업 육성 ▲통신비 부담 완화 ▲ICT 전담부처 신설 적극 검토 등 5가지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중 통신비 부담 완화와 관련해 박 후보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경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인하 대안으로 "이동통신 가입비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1000개소의 무료 와이파이존을 1만개소로 늘리는 것과 방통위의 요금인가 심의과정 공개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윤창번 국민행복위원회 방송통신추진단장은 "가입비의 경우 예전 전산화가 안됐을때 거래비용을 물렸던 것인데 지금은 몇 초면 가입이 끝난다"며 "그런 것들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가입비 폐지 발언으로 통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다 투자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비 폐지 및 와이파이존 무료 개방은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입비는 SK텔레콤 3만9600원, KT 2만4000원, LG유플러스 3만원으로 사업자마다 다르다. 번호이동과 신규가입 숫자를 고려할 때 연간 3000억원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아마도 기본료 1000원 인하에 준하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통신사는 어려운 경영환경하에서도 계속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며 "가입비를 폐지하고 와이파이존을 무료로 개방하면 네트워크 투자비용은 누가 내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괄적인 요금인하 정책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현재 MVNO나 자급제 등이 시행되고 제4이통사 출범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으로 인식,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독 통신사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이날 박 후보 간담회 이후 윤창번 단장은 "단말기 가격은 정부가 어떻게 할 문제는 아니지만 유통체계 점검 등을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민간기업인 만큼, 인위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내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사들은 국영통신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불만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휴대폰 가격에 대해 실질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면서 같은 민간 통신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통신사는 필요할 때 빼먹는 당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요금인가과정 공개도 현재 참여연대와 통신사간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대선후보의 주장이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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