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고] ‘회피연아 고법판결’의 의미와 파장 ①

김경환 변호사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에 따라 국민적 인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개인정보의 법적 영역에서 가장 난해한 영역인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눈에 띄는 판결(회피연아 고법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 종래의 수사관행 및 그 파장을 언급할까 한다.

‘회피연아’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10년 3월 4일경, 차모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당시 유인촌 장관이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를 환영하면서 두 손으로 어깨를 두드리자 김연아 선수가 이를 피하는 듯한 장면을 편집한 사진(‘회피연아 사진’)이 게시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네이버 카페의 유머게시판에 ‘퍼옴’이라고 표시해 올렸다.

그 후 2010년 3월 5일경, 유인촌 장관은 회피연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들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를 제기고, 이에 2010년 3월 8일 서울종로경찰서장이 포털업체인 네이버에게 차모씨의 인적사항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이버는 그로부터 이틀 뒤 서울종로경찰서장에게 차모씨의 ‘ID, 이름, 주민번호, 이메일, 휴대폰 번호, 가입일자’를 제공다.

이에 따라 서울종로경찰서장은 차모씨를 소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조사했으나, 그 뒤 유인촌 장관이 고소를 취하하며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차모씨는 2010년 7월경, 네이버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 제공요청이 있더라도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조화롭게 판단해 수사기관에 대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제공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씨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위자료 2000만 100원을 청구으나 제1심에서 패소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10월 18일,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차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기통신사업자의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은 정보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협조할 의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지 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으며, 네이버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개별 사안에 따라 제공 여부를 심사하는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해도 표현의 자유는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 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은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그러한 수사업무처리 원칙이 영장주의를 천명한 헌법원칙에 부합한다
고 설명했다.

즉, 서울고등법원은 첫째 정보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이 요청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 침해되는 법익 상호 간의 이익 형량을 통한 위법성의 정도,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범위까지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해 실체적으로 충분히 심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둘째, 수사관이 포털 등에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이 판결이 프라이버시 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원칙을 천명하고, 표현의 자유를 소중히 했으며, 종래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헌법상 보장된 영장주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이 판결이 갖는 의미와 파장을 현재의 시점에서 검토 해봐야 한다. 여기서는 4가지를 살펴보았다.

첫째, 이 사건에서 종로경찰서장이 네이버에게 차모씨의 개인정보제공을 요구했던 근거조문인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현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임)의 사문화 문제이다. 위 조문은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 제10조제1항·제3항·제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이용자의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6.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조문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응할 포털의 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 보지 않고, 단지 포털의 수사기관에 대한 협조의 근거 조문으로 보았다.

즉, 포털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는 취지이다.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이를 따른 포털이 위 조문에 따라 면책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포털이 침해되는 법익 상호 간의 이익 형량을 통한 위법성의 정도,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범위까지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해 실체적으로 충분히 심사를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포털이 이 조문을 근거로 통신자료제공에 대한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속>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hi@minwho.kr

<법률사무소 민후> www.minwho.kr


<기고와 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김경환 변호사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