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고] 특허괴물 죽이기, 미국의 SHIELD 법안

김경환 변호사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특허권의 존재 이유는 두 가지인데, 발명의 보호·장려라는 사익보호 측면과 기술발전 촉진을 통한 산업발전이라는 공익보호 측면이 그것이다. 발명의 보호·장려라는 사익보호가 직접적인 특허권의 존재 목적이라면, 기술발전 촉진을 통한 산업발전이라는 공익보호는 궁극적인 특허권의 존재 목적이다.

발명의 보호·장려의 사익과 기술발전 촉진을 통한 산업발전의 공익은 서로 조화로운 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서로 상충하는 면이 더 강하다. 즉 공익을 강조하다 보면 사익보호에 소극적이 될 수도 있고, 사익을 극대로 추구하다보면 그 결과 공공의 이익을 해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목적은, 시대와 나라, 상황, 정책에 따라 비중을 달리 두기도 한다. 사익보호에 중점을 두고 발명자의 권리 제한에 소극적인 나라가 있는가 하면, 공익보호에 좀 더 주안점을 둬 발명자의 권리 제한에 보다 적극적인 나라도 있다.

최근에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전쟁 과정을 보면 이러한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특허권자인 애플은 등록된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특허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반면 침해 혐의를 받은 삼성은 특허권이 남용되면 기술혁신이나 기술발전이 저해될 것이고 소비자의 폭넓은 선택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발명의 보호·장려라는 사익을 강조한 것이고, 삼성은 기술발전 촉진을 통한 산업발전이라는 공익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특허 제도의 두 존재 목적을 가지고 다툰 것인데, 만일 미국의 특허제도가 사익보호에 중점을 뒀다면 애플의 주장이 관철되기 쉬울 것이고, 반대로 공익보호에 중점을 뒀다면 삼성의 주장이 더 잘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제1심 승리로 미뤄보아, 미국은 아직 사익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한편 미국에서는, 특허권자의 침해금지가처분을 잘 인용해 주던 시절이 있었다. 만일 A라는 특허권자의 특허권을 B라는 사람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침해하고 있다면, A는 B가 제조한 물품에 대한 판매금지를 법원을 통해 쉽게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허권자의 보호에 치중한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심리 과정에서 특허가 무효가 되거나, 특허권자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고 밝혀진 경우도 상당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B가 제조한 물품을 산 소비자들은 법원의 판매금지 결정으로 인해 A/S조차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특허권의 침해가 있더라도 이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이고 굳이 법원이 판매금지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돈으로 배상받을 수 있다는 반성적 고려도 있었기에, 판매금지라는 극단적 조치에 대해 소극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는 특허제도의 사익보호 측면과 공익보호 측면의 조화를 꾀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특허제도에서 사익을 무분별하게 보호하다 보니 나온 결과물이 바로 특허괴물(patent troll)이다.

특허괴물이란 특허를 활용하지도 않고 활용할 의사도 없으면서 또는 활용된 적이 없는 특허의 보유 기회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들을 의미한다. 한편 NPEs라는 용어도 자주 사용되는데, NPEs(Non Practicing Entities)란 보유한 특허를 활용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고, 라이선스 협상 및 소송을 통해 특허권만을 행사하는 자들을 지칭하는바, 개념적으로 특허괴물보다 넓은 개념에 해당한다. 특허괴물들은 자신의 활동으로 인해 발명자는 적절한 보상을 받고 그 결과 발명은 극도로 촉진되므로 자신들은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허괴물이나 NPEs 모두 특허제도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이라고 가치중립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실시도 하지 않으면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기술이나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고용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극도의 혐오감을 보이고 있다. 특허괴물은 특허권의 남용이며 특허제도를 악용한 것이라는 취지다. 이러한 평가는 특허제도의 공익보호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2년 8월 미국 하원의원 피터 드파지오(Peter DeFazio)와 제이슨 채페츠(Jason Chaffetz)는 특허괴물 죽이기 법안을 발의했다. ‘SHIELD 법안(the Saving High-Tech Innovators from Egregious Legal Disputes Act)’이 그것인데, 이 법안은

1) 승소의 합리적인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특허괴물에게 피고의 대리인 비용 등을 부담시키며, 2) 이 법안의 대상이 되는 특허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하드웨어에 관련한 것에 한정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다른 내용이지만 같은 명칭의 Shield(Secure High-voltage Infrastructure for Electricity from Lethal Damage) 법안이 있는데, 이 법안은 적의 EMP(Electromagnetic Pulse) 공격에 대한 방어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막대한 소송비용 때문에 특허권자로부터 경고장이나 소장을 받으면 비용을 줄이고자 소송을 포기하고 쉽게 협상을 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소송비용을 패소한 특허권자에게 받아낼 수 있으므로 곧바로 협상에 이르지 않고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혀낼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특허괴물이 한 번 패소하게 되면 관련소송에서도 패소를 면치 못하게 되어 막대한 소송비용을 연이어 지불해야 하므로, 특허괴물의 목적이 쉽게 달성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소송경위에 상관없이 패소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케 하는 우리나라 재판제도와 달리 악의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만 원고가 소송비용을 부담케 하는 미국에서는 위 법안의 실효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SHIELD 법안은 특허권자의 사익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특허제도의 공익적 측면을 달성해 보자는 취지다.

비슷한 취지로, 상표법에 나타나 있는 사용주의의 흔적을 특허법에 반영하자는 논의도 있다.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실시를 하지 않는 특허괴물이나 NPEs의 특허권 침해 주장을 배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권자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특허제도는 반쪽의 목적밖에 달성할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특허 제도가 오히려 기술혁신이나 산업발전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특허제도에서 사익과 공익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달성돼야만 특허제도의 원래 취지대로 특허제도를 통해 우리 기술과 산업은 더 알차게 성장·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hi@minwho.kr
<법률사무소 민후>www.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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