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업계, 김종훈 내정자에 긍정평가…한국적 특수성 극복이 관건
[디지털데일리 특별취재팀]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최고전략책임자(CSO) 및 벨연구소 사장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
김종훈 내정자<사진>에 대해 ICT 업계 및 정부측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ICT 및 연구개발(R&D) 전문가인 만큼, 미래부 설립취지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색이 배제됐고 벤처를 직접 설립, 운영해본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당초 과학계 인사가 미래부 장관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ICT 전문가라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민간기업 및 연구개발 경험이외에도 해외에서 정부 지원 역할도 많이 했기 때문에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다.
김 내정자는 1992년 자신이 설립한 ATM 장비 개발 벤처 기업 유리시스템즈를 1998년 루슨트 테크놀로지스(현 알카텔-루슨트)에 10억달러에 매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루슨트에서 광대역 네트워크 부문 사장을 맡았고 1999년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광전송 네트워크 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전자·컴퓨터공학과와 기계공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왔으며, 2005년 4월 벨 연구소 사장으로 알카텔루슨트에 재합류했다.
김 내정자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창조경제, 미래성장 동력 발굴에 적임자"라며 "기술적인 부분에서 방송통신 및 과학기술을 잘 콘트롤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도 기본적으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만큼, 김 내정자가 산업 진흥에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치색이 없고, 사업경험에 전문성은 다 인정하지 않느냐"며 "여러 비즈니스 차원에서 주어지는 과제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도를 갖고 통신 산업을 잘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터넷 업계도 벤처기업을 직접 운영해본 만큼, IC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벤처 신화를 일군 인물로 ICT 융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향후 정책을 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력으로는 일단 김 내정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일단 김 내정자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그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미래부는 취지상 기존의 사고가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이끌어야 하는 부처"라면서 "이런 점에서 글로벌 IT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김 내정자가 혁신적인 정책을 만들어 글로벌 IT업체들을 여러 개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도 "IT와 보안에 대한 지식이 높은 만큼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보안을 ICT정책 내부에서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것으로 다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보보호 전문 구태언 변호사는 "정부가 혁신을, 관료가 정부 혁신을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는 측면에서 ICT 비즈니스를 잘아는 인사가 장관이 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김 내정자가 한계에 봉착한 한국의 ICT 정책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업계는 김 내정자가 방송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치적 색깔이 없는 만큼 산적한 현안을 잘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래부의 업무분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답보상태에 있는 여러 현안들을 잘 풀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기술, 전문성 측면에서는 업계의 합격점을 받은 분위기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 내정자가 미국에서 오래 활동해 미국식 소통, 정책에 익숙하다는 점은 강점이자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정부조직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국적을 취득한지 상당기간이 흐른데다 미해군 장교 근무 등의 이력을 감안할 때 국가정보의 해외 유출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국말을 잘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들과의 소통 및 조직운영이 미흡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이다.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유리시스템즈라는 벤처 성공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한국에 들어와 상황을 보면 답답함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쪽에서는 탁월하고 벨연구소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장관직은 정치"라며 "그런 측면에서는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ICT 산업 및 R&D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는 높지만 국내 산업의 특수성은 잘 모른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 업체 SW 임원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세계적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구조로 돼 있다"면서 "한국의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관료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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