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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이통3사 진흙탕 싸움

채수웅 기자
- KT, 경쟁사가 과열경쟁 주도…SKT-LGU+ “KT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T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정도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식 아니냐.”

KT는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과열을 유발하고 있다며 정부가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적반하장”이라며 황당해 하고 있다. 보조금 경쟁과 관련한 책임 공방에서 어느 통신사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 자신들 영업정지 기간 중 KT의 행보를 감안할 때 자신들만 깨끗한 척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KT는 경쟁사들이 최대 100만원 수준의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번호이동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KT가 이례적으로 한시간 전 공지를 통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요청한 것은 가입자 이탈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KT에 따르면 최근 하루 평균 번호이동 규모는 3만8000여명으로 SKT, LGU+ 2만5000~2만6000명 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KT는 가입자 이탈의 원인으로 경쟁사의 과도한 보조금을 지목하고 있다. 증거도 확보했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KT 세일즈기획단장인 이현석 상무는 “지난 주말 갤럭시S3, 옵티머스G, 베가R3 등에 대한 수수료가 출고가 수준을 넘었다. KT 가입자를 대상으로 갤럭시S3를 13만원에 판매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SKT와 LGU+ 영업정지 기간 중 시장과열의 한 축이었던 KT가 시장과열을 지적하는 행태는 결국 타사 영업정지 기간 동안 확보한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영업정지로 가입자 이탈이 많아지자 시장과열을 문제삼아 시장안정화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KT를 비난했다.  

자신들의 영업정지 기간에 덜하지 않았던 KT가 자신들은 깨끗한 척 하는 것 자체에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24, 25일(주말)의 경우 번호이동이 10만3000명 이었다. 3월 1~3일(주말)의 경우 10만7000명으로 오히려 시장이 예전보다 과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KT 역시 “우리 영업정지 기간이었던 2월 영업일수는 19일에 불과했지만 84만8000여건의 번호이동이 발생했다. KT와 LGU+의 LTE 2등 경쟁으로 번호이동이 매우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부 기종의 리베이트가 100만원을 상회한 경우도 있었다. 해지방어를 위한 기기변경에도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KT가 SKT와 LGU+ 영업정지 기간 때보다 자신들의 영업정지 기간 중 시장과열이 더 뜨겁다며 문제를 삼은 것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내용들이다.

무엇보다 SKT나 LG유플러스는 KT만 깨끗한 척 하는 것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매번 시장안정을 외치는 이통3사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들은 없다. 기회가 생기거나 한 사업자가 튀어나올 경우 시장은 다시 혼란상태에 접어든다. 1년에도 몇 번씩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

방통위가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이통3사에 영업정지를 내린 것만 봐도 이통3사 모두 과열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KT의 경우 과거 스마트폰 초기 때 방통위로부터 시장과열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물론 SK텔레콤, LG유플러스 역시 과거와 현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LG유플러스는 “KT의 경우 온라인 사내채널 등 특수채널을 이용하며 가입자를 유치, 유통구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품질, 커버리지 등 경쟁력은 생각안하고 영업정지로 가입자 이탈이 늘어나자 경쟁사가 마치 과다한 보조금을 지급한 것처럼 매도하며 언론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KT의 긴급 간담회에 이어 이를 SKT와 LGU+가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이통시장은 그야말로 난장판 분위기다. 서로를 비난한 이통3사 모두가 패배자일 수 밖에 없고, 이 기간 번호이동 하지 않은 순진한 가입자들도 피해자로 남게 됐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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