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통신서비스의 패러다임 전환

윤상호 기자
- 데이터 중심 요금제 안착, 장기 가입자 중심 경쟁 패러다임 안착에 달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은 지난 1962년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과학 용어였지만 사회 전반으로 개념을 확대했다. 패러다임은 특정 층에서 공유하는 신념 가치 등의 집합이다. 기존 패러다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최근 올해 들어 100여일 동안 통신시장은 격변을 겪었다. 통신 3사의 사상 첫 영업정지와 유래 없는 보조금 과열, 그리고 음성 중심 요금제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까지 그동안의 문제점과 해결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물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귀결된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망내 음성 통화 무료로 대변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그동안의 통신 시장 경쟁 패러다임 전환을 수반해야 통신사도 소비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금까지 통신 시장 경쟁 패러다임은 신규 가입자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단말기 유통구조도 보조금도 마케팅도 다 신규 가입자 우선으로 짜여졌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통신 시장이 포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만 유효하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수를 상회하는 지금은 맞지 않는 패러다임이다. 뺏고 빼앗기는 싸움 속에 일부 계층만 수혜를 입을 뿐 통신사도 장기가입자도 실익이 없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5000만명인데 1년에 통신사를 옮기는 사람이 1000만명이다. 1000만명을 위한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만들어 놓고 또다시 이런 패러다임에서 경쟁을 한다면 통신사는 물론 업계 전체가 공멸할 위험도 있다.

그렇다면 대안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대안 패러다임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장기 가입자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사실상 통신사 독점인 단말기 유통 구조에 대한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보조금 경쟁을 하지 못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를 위해 출고가 현실화 및 통신사가 단말기를 유통하며 남기는 이윤을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보조금은 장기 가입에 따른 단말 교체 지원 마일리지 형태로 변화가 바람직하다. 아울러 통신사는 서비스 경쟁, 즉 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대에 맞는 데이터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현재 매년 실시하는 품질 평가를 더 엄밀하게 해 서비스 고도화가 직접적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유명무실한 요금비교 사이트는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잣대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찌됐든 전환의 첫 발은 뗐다. 발걸음이 이후 앞으로 나갈지 뒤로 나갈지는 통신 3사에 달렸다. 공수표는 이제 질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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