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PC 시장 축소 여파… 인텔 ‘제조’ AMD ‘설계’ 사업구조 재편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MPU)가 주력 사업인 인텔, AMD가 사업구조 조정에 나섰다.

AMD는 자사의 반도체 재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시스템온칩(SoC)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인텔은 자사 최대 강점인 제조 역량을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PC용 M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양사의 신사업 전개 방식은 사뭇 다르나, 신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는 같다. 스마트폰, 태블릿의 시장 확대에 따른 PC 출하량 감소로 주력인 MPU 사업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 이사회는 크르자니크 COO의 CEO 기용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크르자니크는 올해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16일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1982년 인텔에 입사한 크르자니크 신임 CEO 내정자는 지난 20년간 인텔의 제조 분야를 담당해온 전문가다. 최근까지도 제조 공급망을 총괄해왔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제조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이러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반도체 신소재인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를 가장 먼저 도입한 업체다. 3D 핀펫 공정 도입 역시 인텔이 가장 앞섰다. 이 회사는 올해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극자외선(EUV) 노광기 개발 및 450mm 웨이퍼 전환 등도 인텔이 주도하고 있다.

PC월드는 인텔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이 TSMC나 글로벌파운드리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서있다며 제조 전문가인 크르자니크를 CEO로 선임했다는 것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미 인텔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인 알테라, 아크로닉스, 타불라, 마이크로세미와 칩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패트릭 무어헤드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수석연구원은 “인텔이 앞선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딘 맥캐런 머큐리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인텔이 자사 생산 설비의 20% 가량을 파운드리 사업에 할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AMD는 M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자사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기반으로 고객 요구를 100% 맞춘 SoC를 설계, 공급하는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했다. AMD는 자사 ‘반도체 커스텀 비즈니스(Semi-Custom Business)’ 부문이 해당 사업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이 되는 고객은 게임기, 셋톱박스, 스마트TV, PC, 태블릿, 서버, 고성능 컴퓨팅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이다.

이는 AMD가 기존 특정용도표준제품(ASSP, Application Specific Standard Product) 사업과 함께 주문형반도체(ASIC, 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생산부문(현 글로벌파운드리)을 매각한 AMD는 설계 사업 외에는 대안이 없다.

AMD의 첫 맞춤형 SoC는 소니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4’에 탑재됐다. 해당 칩은 MPU와 GPU를 결합한 AMD의 PC용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소니 측의 요구에 따라 MPU와 GPU간 데이터 통신 구조를 바꾸고 GPU 병렬 연산 성능을 크게 높였다.

리사 수 AMD 부사장은 “AMD의 반도체 IP 재설계 능력을 활용하면 완제품 업체별로 차별화된 성능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MD는 최근 영국 ARM으로부터 차세대 프로세서 코어인 A50 시리즈를 라이선스 해 ARM 계열 프로세서도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과 AMD가 반도체 사업 고유의 경쟁력인 ‘제조’와 ‘설계’ 역량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텔의 연간 매출은 533억달러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6억달러로 16.2%나 줄어들었다. AMD는 지난해 11억83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줄어든 54억2200만달러였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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