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자’만은 부족…박병엽 대표가 밝힌 팬택 생존법은?
- 4분기 반등위한 브랜드 가치 상향 급선무…경쟁력 훼손 유발 구조조정 안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은 독자생존이 가능할까.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구도다. 팬택보다 큰 회사도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팬택은 작년 3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다. 2011년과 2012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LG전자를 앞질렀지만 올해부터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27일 팬택 박병엽 대표<사진>를 서울 상암동 집무실에서 만났다. 삼성전자의 530억원 투자 발표 5일이 지났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종료한 2012년 이후 박 대표는 퀄컴과 삼성전자에서 투자를 받았다. 퀄컴과 삼성전자는 각각 1대 주주(11.96%)와 3대 주주(10.03%). 경영에 간섭은 하지 않는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어려움이 제품력 기술력 때문이 아니고 마케팅과 브랜드 때문이다. 계열사를 통해 자금 지원뿐 아니라 부품도 싸게 사는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최선의 방어책은 브랜드 투자를 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표의 발언은 LG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010년과 2011년 휴대폰 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1조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LG그룹 계열사가 참여했다. 이 돈의 절반 이상은 휴대폰에 사용했다. LG통신계열사 LG유플러스의 LG전자 제품 구매비는 ▲2011년 9790억원 ▲2012년 1조774억원이다. 지난 1분기는 LG유플러스 단말 구입비 중 62.3%인 4963억원이 LG전자에 쓰였다. 팬택은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해 줄 계열사도 휴대폰을 팔아줄 통신계열사도 없다.
“부품 비용 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죽지 않으려면 부품비를 낮춰야 한다. 증자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다른 것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부품 수직 계열화를 이룬 대기업에 비해 팬택은 부품 원가를 낮추기 어렵다. 투자자로 나선 퀄컴과 삼성전자의 역할이 단순 투자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시장 왜곡을 탓해서 무엇 하겠냐. 이겨낸 다음에 얘기를 해도 해야지. 적자를 감수하고도 2분기 3분기 브랜드 강화를 하고 4분기부터 치고 나가려 한다. 구조조정은 안 한다. 회사를 줄여서 흑자를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업가치 근본이 훼손되면 안돼서 반대했다. 현금 흐름은 괜찮다. 주주들과 약속했던 2000억원 투자를 채우도록 내가 뛰는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은 누가 제안했을까. 운영위원회로 추정된다. 운영위원회는 팬택의 기업구조개선작업을 주도한 채권단협의회가 모태다. 산업은행 농협 우리은행 등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운영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추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기업구조개선작업 중에도 구조조정을 우선시해왔다.
한편 이날도 박 대표는 회사에는 한 시간 남짓밖에 머무르지 않았다. 급한 회의를 하고 시간을 쪼개 기자와 차를 한 잔 마시자마자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키 위해 다시 외부로 나갔다. 박 대표는 목숨을 걸고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한 지난 3월28일 정기 주주총회 뒤 2개월여 동안 대부분의 날을 이런 식으로 보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대기업의 투자금으로 대기업과 싸우는 팬택의 서바이벌 게임은 진행형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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