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D 낸드 최초 양산… 셈법 엇갈리는 반도체 업계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6일 메모리 셀을 적층 구성한 3D 수직 낸드플래시(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경쟁사는 물론 후방 산업계가 계산기를 바쁘게 두드리고 있다. 3D 적층 낸드플래시는 ‘용량당 원가’을 보다 낮출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도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 과정으로 접어들진 못했다. 삼성전자는 V낸드 양산을 통해 경쟁사 대비 보다 낮은 원가로 낸드플래시를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전자 3D 적층 낸드 양산 어떤 의미?=평면 구조를 가진 반도체 제조의 핵심은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포토 리소그래피) 공정이다. 현재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양산 라인에 들여놓은 이머전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로 그릴 수 있는 물리적 회로 선폭 한계치는 38나노다. 업계는 이머전 ArF 노광 장비로 회로 패턴을 두 번으로 나눠 겹쳐서 형성하는 더블패터닝 방식을 활용해 20~30나노급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현재 양산되는 19~21나노 낸드플래시는 바로 이러한 더블패터닝을 공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19나노 이하로 선폭이 축소되려면 더블패터닝에서 한 번의 노광 공정을 더 거치는 쿼드패터닝 공정을 도입해야 한다. 쿼드패터닝을 도입하면 공정수가 늘어나 생산성이 저하되고 재료비가 증가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쿼드패터닝을 도입할 경우 공정수가 10% 가량 증가하고 원가절감율에서도 약 10%의 불이익을 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백억원대의 이머전 ArF 노광기를 비롯, 식각(에칭), 증착, 세정 장비를 추가적으로 들여놔야 하기 때문에 선폭 축소를 위한 보완 투자비도 상당히 커진다.
삼성전자가 쿼드패터닝 공정을 활용해 16~17나노 평면형 낸드플래시를 생산하지 않고 곧바로 3D 적층 낸드플래시로 넘어간 건 바로 이러한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정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전무)은 “3D 낸드플래시는 위로 쌓아올리는 구조를 활용하는 것으로 회로 미세화의 의미가 없어졌다”라며 “5년내 이 기술로 1테라비트(Tb)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용량 확대가 용이하고 무엇보다 용량당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기존 장비 일부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보완) 투자비를 상당히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 셈법 엇갈려=세부 기술 방식은 다르지만 삼성전자의 경쟁사도 3D 적층 낸드플래시의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MArT(Stacked Memory Array Transistor, 적층 방식 메모리), 도시바는 BiCS(Bit Cost Scalable 축소 가능한 비트당 가격)라는 이름으로 이미 학회 등을 통해 시제품과 R&D 성과물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양산 시기는 삼성전자보다 늦다. SK하이닉스는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3D 낸드플래시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도시바는 3D 낸드플래시의 양산 시기가 201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마이크론은 16~17나노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원가절감 효과를 덜 보더라도 쿼드패터닝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 IR 등을 통해 이를 알렸고 마이크론은 최근 16나노 128Gb 샘플을 공개, 올 하반기 이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도시바 역시 16나노 공정 낸드플래시를 쿼드패터닝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 V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이 중요하겠지만 ‘양산’ 발표인 만큼 의미있는 수준의 물량이 될 것”이라며 “1위 업체가 보다 낮은 원가로 물량 공세를 펼친다면, 후발 업체들은 원가경쟁력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적층 3D 낸드플래시 양산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화성 사업장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뒤 중국 시안에 짓고 있는 신규 낸드 공장으로 기술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평면형 낸드플래시 양산 라인도 3D로 순차적인 전환 작업을 할 예정이다.
◆장비 업계도 희비=삼성전자의 이번 발표로 장비 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세계 2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울상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라인에선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UV 노광장비는 10나노급 이하의 회로패턴을 형성할 수 있지만 가격이 1000억원이 넘는 고가인데다 웨이퍼 처리량과 관련된 성능 개선이 지지부진해 아직 양산 라인에는 도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기존 노광 장비로 회로 패턴을 2번씩 형성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EUV 장비의 성능 개선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면 구조가 아닌 3D 적층 방식에 올인하겠다는 것은 쿼드패터닝도 도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노광장비 수요 축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노광장비 독점 기업인 ASML의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증착, 식각 장비 업계에는 이번 발표가 긍정적이다. 특히 3D 적층 낸드플래시 공정의 핵심은 바로 식각이다. 적층된 낸드플래시 칩 위로 수십억개의 홀(구멍)을 뚫어 이 속에 원통형 셀을 배치하는 것이 3D 낸드 공정의 생산 과정인데, 식각 및 증착 공정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장비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주요 식각 및 증착 장비 업체로는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있다. 증착의 경우 일부 품목(저압화학기상증착장비, LPCVD)에선 국내 장비 업체인 유진테크, 원익IPS, 테스 등도 주요 공급 업체로 이름이 올라 있다.
업계 관계자는 “3D 적층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때 식각에선 1.5배 정도 공정 시간이 더 소요되며, 이는 장비 수요 확대를 의미한다”라며 “ASML이 EUV 노광장비의 성능 개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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