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휘는폰 아니라 ‘휘어진폰’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휘어진폰 ‘갤럭시 라운드’를 9일 발표한 가운데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이름 그대로 둘둘 말거나 접을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양산에 성공했다. 일본, 대만, 중국 패널 기업들도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부릴 수 있는 이유는 기존 유리 소재를 플라스틱이나 얇은 필름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는 박막트랜지스터(TFT)의 기판 소재와 OLED 재료를 보호하는 봉지(밀봉) 소재를 각각 플라스틱(폴리이미드)과 필름으로 바꿨다.

그러나 패널을 보호하는 강화 유리는 아직 대체 소재를 찾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김학선 전무는 학회 등 공개 행사에서 “강화 유리를 대신할 소재를 하루 빨리 개발해야 진정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라도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현재 상용화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1세대 혹은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깨지지 않는) 패널’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도 고민이 있다. 언브레이커블 디스플레이 패널은 고난이도의 생산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리 소재를 사용한 일반 패널 대비 원가가 비싸다. 그러나 이를 적용해도 최종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가치’는 적다. 또 배터리와 회로기판 등 기존 부품은 휘어지지 않는다. 갤럭시노트3에 플렉시블 패널이 탑재되지 않고, 휘어진 형태의 스마트폰이 별도로 나온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리기판의 두께가 충분히 얇아진 상태여서 액정표시장치(LCD)도 이 정도는 구부릴 수 있다”며 “언브레이커블 패널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당분간 완성품 업체의 마케팅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대를 열려면 강화 유리의 대체 소재 개발 외에도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5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개최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당명한 도전 과제와 해결 방안을 소개했다.

우선 플라스틱 기판 소재의 경도(硬度) 및 내구성은 더 높아져야 한다. 현재 상용화된 플라스틱 기판은 유리 대비 경도와 내구성이 떨어진다. 경도 문제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합친 하이브리드 재료를 개발, 이를 플라스틱 표면에 코팅하는 방법 등으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 내구성 문제는 플라스틱을 여러 층(레이어)을 쌓는 구조적 보강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터치스크린패널(TSP)의 핵심 소재인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을 대체할 소재 개발도 시급하다. ITO의 곡률반경은 평균 8mm로 휘어짐이 완만하다. 자꾸 구부릴 경우 제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TSP 업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극 소재를 은이나 구리 같은 금속(metal mesh)으로 변경하거나 실버나노와이어(silver nano-wire)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들 소재는 곡률반경이 2mm로 낮다. 곡률반경 1mm 이하의 ‘궁극적’ 플렉시블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탄소나노튜브(CNT)나 그래핀, 전도성 고분자(conductive polymers) 같은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소재를 활용한 TSP 전극 형성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원가절감은 필수 과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재료를 증착한 후 또 다시 유기물과 무기물 층을 교차로 덮어 산소나 수분으로부터 OLED 재료를 보호하는 다층 박막 공법을 도입했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공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R&D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인 연구진으로 구성된 삼성 요코하마 연구소는 미세한 흙입자(clay)를 소재로 사용한 나노 플렉시블 봉지 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이 필름은 습기를 효과적으로 막아주고 균열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생산비용 또한 저렴하다고 한다. 그러나 양산 라인 도입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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