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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인시에미’ 개발제품 공개 임박…SDN 조류 대반격 나서나

이유지 기자
- 시스코만의 ‘하드웨어정의네트워킹(HDN)’에 궁금증 증폭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시스코가 9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인시에미네트웍스를 통해 추진해온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대응 프로젝트 결과물을 미국 뉴욕에서 6일(현지시간) 공개한다.

인시에미는 시스코 출신 핵심 개발자들이 작년 초에 만든 신생업체다. 작년 4월 시스코가 이 회사에 1억달러를 투자했고 향후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관련업계는 시스코가 소극적이던 SDN 대응에 본격 나선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 후 1년여 동안 인시에미 개발 프로젝트는 극비에 부쳐졌다.
시스코는 그동안 인시에미와는 별개로 ‘ONE(오픈네트워크환경)’ 전략을 주축으로 시장의 SDN 및 프로그램가능성, 개방형 네트워킹 제공 요구에 대응해 왔다.

지난 6월, 시스코는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한 ‘시스코 라이브 2013’에서 인시에미와 함께 새로운 데이터센터 아키텍처인 ‘애플리케이션 중심 인프라(ACI)’를 선보였다. 이 자리엔 소니 지안다니 인시에미 수석부사장 등 인시에미 관계자가 참석해 직접 ACI와 제품 출시 계획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ACI 아키텍처의 개념과 비전 위주로만 소개됐을 뿐이다. 물리, 가상화, 클라우드 인프라를 포괄하는 새로운 ACI 아키텍처를 채용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을 하반기 중으로 출시한다는 계획만 밝혔다.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인시에미 제품은 우선 40GE(기가비트이더넷)을 지원하는 ‘넥서스 9000’ 제품군으로 알려진 상태다. ‘넥서스’는 시스코 데이터센터 패브릭(스위치) 제품 브랜드다.

이 ‘넥서스 9000’ 시리즈에는 브로드컴의 상용 칩뿐만 아니라 시스코가 개발한 커스텀 ASIC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스코 커스텀 ASIC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네트워크월드 등 주요 IT전문 외신은 ‘넥서스 9000’ 시리즈의 첫 제품은 브로드컴 트라이던트(Trident)2, 타이탄(Titan), 하이기그(HiGig)2 칩셋이 탑재돼 있으며, 8슬롯 섀시에 40기가비트이더넷(GE) 포트 288개가 탑재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보이게 될 하드웨어 제품군은 시스코가 ACI 아키텍처에서 공통 플랫폼을 구현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에 따르면, ‘ACI’는 급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춘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다. 물리, 가상, 클라우드 환경에 존재하는 네트워크와 컴퓨팅, 스토리지 리소스를 공통 플랫폼상에서 일관된 IT 정책을 근간으로 자동 프로비저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시스코는 공통의 정책관리 프레임워크, 운영 모델을 사용해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간 자동화와 보안까지 네트워크 안에서 통합 제공되도록 고안했다. 

VM웨어의 ‘NSX’ 플랫폼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같은 역할과 기능을 제공하지만, 시스코는 하드웨어 기반으로 높은 확장성과 네트워크에서의 애플리케이션 가시성, 민첩성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차별화하겠다는 기조가 엿보인다.

물리적인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가상화와 프로그래밍가능성을 지원한다는 점 때문에 최근 업계에 SDN이 아닌 ‘하드웨어정의네트워킹(HDN)’이란 새로운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앞서 롭 로이드 시스코 부회장과 패드마스리 워리어 시스코 CTO는 ‘SDN’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로이드 부회장은 ‘시스코 라이브 2013’에서 “SDN 모델은 데이터센터에서 제기되는 단순화와 민첩성, 가시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전통적인 네트워크의 다음 단계인 SDN 모델은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 가상화를 구현하지만, 복잡성을 줄이지 못하며 가시성도 떨어진다. 관리 역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혁신 로드맵 5단계를 ▲전통적인 계층적(Tiered) 네트워크를 시작으로 ▲가상화를 구현하는 패브릭 네트워크 ▲단순화를 위한 패브릭 자동화와 ▲민첩성을 구현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중심 인프라 ▲연합(Federated) 클라우드 네트워크로 진화한다고 소개했다. SDN은 가상화를 구현하는 패브릭 네트워크에 해당되고, ACI는 그 다음 단계인 패브릭 자동화보다 진화된 형태라는 것이다. 시스코는 패브릭 자동화를 구현하는 기술로 ‘다이내믹 패브릭 오토메이션(DFA)’을 선보였다.

ACI의 설계 원칙으로는 ▲최고의 상용 및 커스텀 실리콘의 결합 ▲오픈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오픈소스·오픈 스탠더드 ▲물리 및 가상, 클라우드 통합 ▲공통의 정책·관리·운영 ▲애플리케이션 벨로시티 증대 ▲모든 운영체제와 하이퍼바이저를 지원하는 시스템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시스코는 VM웨어가 니시라를 인수한 뒤 선보인 네트워크 가상화 플랫폼인 NSX를 지원하는 협력 생태계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에, 소프트웨어 기반 오버레이 기술은 확장성과 물리·가상 인프라에 대한 가시성이 부족하고 하이퍼바이저에 의존적이라며 한계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패드마스리 워리어 CTO는 시스코 블로그를 통해 “네트워크 가상화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방식은 고객들에게 상당한 제약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한계를 지적하면서 “소프트웨어 유연성과 하드웨어 뿐 아니라 실리콘 기반 반도체(ASIC)의 성능과 확장성이 긴밀히 연결돼야 비로소 고객들은 최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같은 시스코의 행보에 “SDN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 흐름을 교란시키려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시스코의 인시에미 발표에 앞서 아리스타네트웍스는 단일계층을 지원하는 새로운 데이터센터 스위치 7000X 시리즈를, 주니퍼네트웍스는  애플리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메타페브릭(MetaFabric)’과 새로운 스위치 신제품 ‘QXF5100’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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