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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중독? 입법 중독자들이 더 문제다

심재석 기자
“보건의료전문가와 정신과 의사가 게임을 중독이라고 하는데, 업계가 이를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달 31일 열린 ‘4대중독 예방관리제도 마련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기선완 교수의 발언 내용이다.

기 교수의 주장과 달리 ‘게임은 중독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임업계도 게임의 중독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게임중독 상담치료센터 운영을 하고 게임중독 예방 및 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게임문화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하고, 운영 파트너로서 참여하고 있다. 이는 게임업체들도 게임의 중독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수준의 차이가 있는 법이다. 같은 도둑질이라고 하더라도 장발장이 배고파서 빵 두 개 훔친 것과 은행털이가 같이 취급될 수는 없다.

중독도 마찬가지다. 게임 업계가 이번 법안에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이유는 게임중독이 마약, 알코올, 도박과 같이 취급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중독에는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이 있다고 한다. 이번 4대 중독법의 대상 중 마약과 알코올은 물질 중독, 도박과 게임은 행위 중독으로 분류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도박, 음식, 섹스, 포르노, 컴퓨터, 비디오 게임, 인터넷, 일, 운동, 자해, 쇼핑, 종교 등이 행위 중독에 속한다.

4대 중독법은 이 많은 행위 중독물 중에 도박과 인터넷 게임을 콕 집어 법에 명시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 중독이 다른 것보다 더 심한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기 때문일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살펴보자.  이는 모든 형태의 질병이나 기타 보건문제를 분류해 코드를 정해 놓은 것이다. 정신질환이나 중독 역시 분류에 포함돼 있다.

마약(아편, 코카인 등)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은 각기 별도의 코드를 부여받았다. 이런 중독은 질병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 중독에 대한 코드는 없다. 인터넷 게임은 아직 질병이라고 공식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정신의학회가 분류한 코드(DSM-5)에도 게임 중독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DSM-5는 좀더 연구해야 할 대상으로 인터넷 게임을 포함시키고 있을 뿐이다.

기선완 교수는 “보건의료전문가와 정신과 의사가 게임을 중독이라고 하는데, 업계가 이를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법을 두고 논리학에서는 ‘권위의 오류’라고 부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사 권위를 내세우는 것인 아니라 게임이 정말 마약, 알코올, 도박과 같은 수준으로 법안에 명시될 필요가 있는 심각한 중독물인가를 증명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입법보다 게임의 심각한 중독성에 대한 의학적인 입증이 먼저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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