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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플래시 스토리지 출시한 EMC, 시장 구도에 영향 줄까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EMC가 그동안 예고해 왔던대로 올 플래시(All Flash) 스토리지를 내놨다. 이는 몇달 전까지 ‘프로젝트 X’로 불리던 제품으로, 지난해 5월 인수한 이스라엘 기반 플래시 스토리지 아키텍처 업체인 익스트림IO를 통해 완성한 제품이다. 출시된 제품 이름도 ‘익스트림IO’다.

그러나 이미 이 시장은 퓨어스토리지와 바이올린메모리, 퓨전IO 등 플래시 스토리지 전문 업체는 물론 넷앱이나 델, IBM, 오라클조차 이러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포화 상태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제품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제품에 꼭 필요한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다고 경쟁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EMC 측은 이미 지난 3월부터 희망고객에 한해 전세계적으로 10페타바이트(PB)를 판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세계 1위 스토리지 업체인 EMC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서도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무엇이 다른가=물론 EMC는 기존에도 VNX-F라는 올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스케일-업 방식의 제품으로 성능과 용량을 동시에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기존 하드디스크와 SSD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스토리지와 이번에 출시된 익스트림IO의 중간에 낀 다소 애매한 제품이었다.

이번에 EMC가 출시한 ‘익스트림IO’는 전통적인 하드디스크 대신 SSD를 채택한 플래시 전용 스토리지 제품이다. 스케일-아웃 방식의 제품으로 성능과 용량이 동시에 늘어나고 실시간 인라인 중복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X-브릭’이라는 노드를 추가할 때마다 선형적으로 용량과 성능을 동시에 확장 및 향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개의 X-브릭은 25개의 멀티레벨셀(MLC) 기반 SSD가 탑재돼 최대 10TB의 용량(실제 용량은 7.5TB)까지 제공된다. 내년 초에는 20TB까지 지원되는 X-브릭을 내놓을 예정이다.

인라인 중복제거 기능이 탑재돼 4개의 X-브릭을 클러스터로 구성할 경우 250TB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2~8개의 컨트롤러까지 확장이 가능해 최대 128 코어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용량은 물론 성능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다. 각각의 X-브릭은 15만 입출력속도(IOPS)까지 지원한다.

EMC는 자사의 가상화 및 백업‧복구 솔루션들과의 연동 및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300여명의 스토리지 엔지니어들이 익스트림IO 제품에도 기존 제품과 동일한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2% 부족한 기능…경쟁 업체들의 도발=그러나 이번 신제품 출시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엔터프라이즈 제품에 꼭 필요한 기능 구현이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가장 직접적인 경쟁사로 거론되는 퓨어스토리지는 자사 기업 블로그를 통해 익스트림IO의 기능들에게 대해 조목조목 분석한 포스팅을 게재했다.

우선 익스트림IO 제품이 당초 제공될 것으로 설명했던 일부 기능이 실제 출시된 제품에선 구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복제나 스냅샷, 압축 등의 기능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DB)의 경우 중복제거의 효과가 미비하기 때문에 이럴 경우 압축 기능이 지원돼야 효과적인데, 이러한 기능이 빠져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스냅샷이나 복제 기능 등도 현재 지원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EMC 측은 내년에 이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퓨어스토리지 측은 메타데이터 처리방식이나 듀얼 드라이브 페일러, 무중단 서비스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제품 가격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익스트림IO의 X-브릭이 CPU와 컨트롤러, 인피니밴드스위치, UPS 등으로 구현돼 있는데, 이렇게 구성될 경우 제품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V맥스 등 기존 EMC의 하이엔드 제품과 오히려 자기잠식(카니발리제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EMC 관계자는“EMC는 본사 정책에 따라 제품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은 도입 규모나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격을 명확히 책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HP 측도 “현재 시점에서 익스트림IO를 출시하는 것은 뒤늦은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미 이러한 제품들은 HP의 3PAR 스토어서브 스토리지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지난 6월 발표한 ‘2012년 SSD 기반 어플라이언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장은 매년 11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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