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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종균 라인’ PC 사업 어떻게 했길래…

한주엽 기자

- 삼성 PC 올해 역성장, 사업 대폭 축소… 인텔 등 협력업체 대책마련 비상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신생기업처럼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삼성전자 PC 사업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세계적인 PC 수요 감소 추세 속에서 삼성전자 PC 사업도 올해 첫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수익성 위주로 제품군을 재편하고 사업을 대폭 축소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여서 역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인텔코리아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전통적 형태의 자사 PC 제품군 숫자를 기존 150~160여종에서 50~60여종으로 줄이기로 했다. 디자인과 성능을 강화한 프리미엄급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수익성 위주로 PC 사업을 운용해나가겠다는 것이 삼성전자가 최근 세운 내부 방침이다.

출시 기종을 약 3분의 1로 줄이는 만큼 출하량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협력 업체들은 내년 삼성전자로 공급되는 부품 물량이 올해의 절반 가량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 줄어들 매출액을 메우기 위해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함께 성장했던 인텔코리아는 비상이다. 이미 삼성 PC의 재고가 많이 쌓여 하반기 들어 부품 주문량이 급감했다. 삼성전자 PC를 생산하는 중국 쑤저우 공장의 가동률은 최근 50~60%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함께 현지에 진출한 국내 협력사들도 매출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PC 사업은 역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3분기(1~9월)까지 삼성전자의 누적 PC 출하량은 940만대에 그쳤다. 올해 연간 출하량 전망치는 1200~1300만대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대비 출하량 감소치가 15~2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PC 사업이 이처럼 크게 후퇴한 것은 근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때 존폐 논란까지 일었던 삼성의 PC 사업은 2009년 본격적으로 성장, 2010년 첫 1000만대 출하량 고지를 넘으면서 글로벌 8위 PC 업체로 부상했다. HP와 델 등 전통적인 PC 시장의 강자들이 한 자릿수 초반대의 낮은 성장을 이루거나 역성장을 할 때 삼성전자는 중국 레노버, 미국 애플과 함께 20~30%의 고속 성장을 했다. 삼성전자의 PC 사업을 이끌었던 남성우 당시 IT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2015년 글로벌 톱3 PC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이뤄진 조직개편에서 IT솔루션사업부가 폐지되고 PC 사업이 IT&모바일(IM) 부문의 무선사업부로 흡수, 통합되면서 이 같은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현재 PC 사업은 이른바 ‘신종균 라인’으로 불리는 이돈주 사장<사진 왼쪽>과 이영희 부사장<사진 오른쪽>이 총괄하고 있다. IM 부문의 전체 수익성을 고려하다보니 공격적인 출하량 확대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사 전략 PC 제품(아티브북9 라이트 등)에 무리하게 높은 값을 매겨 국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전체 PC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이, 중저가 시장에선 레노버가 여전히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치는 전통적 PC 사업에서 후퇴하고, 기존 무선사업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사업부 통폐합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키보드가 달린 전통적 형태의 PC 출하량은 줄이지만 태블릿 역량을 보다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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