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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기는 깨끗, 시장은 혼탁한 공기청정기

이수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요즘 공기청정기 시장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중국발 초미세먼지로 인해 관련 제품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 각 업체간 신경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소비자단체가 진행한 공기청정기 시험 결과를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건식, 그리고 몇 년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습식(에어워셔) 공기청정기 사이의 이전투구가 핵심이다. 위니아만도와 위닉스 사이의 특허소송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에어워셔는 공기청정과 함께 실내 습도를 자연스럽게 맞춰주는 기능을 갖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전제품이다. 별도의 필터(따로 필터를 장착한 모델도 있음) 없이 자연가습을 통해 공기를 씻어낸다는 발상의 전환이 인기의 비결이다. 원조는 해외지만 국내 업체별로 기술개발과 특허등록도 꾸준하다.

특허청 자료를 살피면 지난 2003년부터 에어워셔 관련 특허출원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건수로는 위니아만도가 75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동부대우전자) 22건,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20건, LG전자 10건, 삼성전자 5건 순이다.

문제는 건식 공기청정기와의 시장점유율 쟁탈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공개한 소형 공기청정기 시험결과에서 유일한 에어워셔인 벤타 제품이 저조한 성적을 받은 것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는 이유다.

건식과 에어워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기를 정화한다. 건식은 말 그대로 오염된 공기를 여러 가지 필터를 통화시켜 깨끗하게 만들지만 에어워셔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가습을 이용하므로 공기중에 수분이 떠다닐 수밖에 없다. 공기중 오염도를 측정함에 있어서 에어워셔에서 뿜어진 수분을 오염물질로 인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소비자연맹 시험에 포함된 위닉스와 LG전자는 건식보다 에어워셔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업체다. LG전자는 대대적인 에어워셔 마케팅에 돌입한지 오래고 위닉스도 제습기 열풍을 그대로 이어나간다는 전략이어서 전사차원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만약 이들 업체의 에어워셔가 시험에 포함됐다면 볼만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건식과 에어워셔는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건식은 빠른 시간 내에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을 갖췄고 에어워셔의 경우 습도를 조절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동시에 사용하기보다 에어워셔로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에어워셔가 여러모로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봄철 황사와 겨울철 미세먼지로 연중 공기청정기 사용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에어컨디셔닝 시장 규모는 급속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전개는 각 업체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공인기관으로 나서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각각의 방식에 최적화된 시험방법을 제시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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