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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시장…소비자·사업자 모두 패배자

채수웅 기자
- [긴급진단] 가계통신비 논란 언제까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달 아산지역의 이동통신 유통점에서는 난리가 났다. 하이마트발 보조금 폭탄에 이어 삼성전자 계열 디지털프라자에서도 갤럭시S4가 헐값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당시 디지털프라자에서는 갤럭시S4가 5만원대에 판매된 사례도 등장했다. 주변 이동통신 대리점 및 판매점은 폐업 위기를 느껴 미래창조과학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현재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통신비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한 가구의 전체 통신비를 일컫는 말이지만 실제 가계통신비는 음성, 데이터, 문자 등 순수한 통신서비스 요금과 휴대폰 할부금,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 이용대가 등이다. 여기에 휴대폰을 통한 소액결제도 통신사 요금청구서에 합산돼 제공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액결제 대금도 무의식 중 통신비로 오인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다.

가계통신비를 구성하는 요소 중 늘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단말기 할부대금이다.

이 할부대금은 통신사의 단말기 보조금과 휴대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휴대폰이라도 구매 시기, 심지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판매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변화무쌍한 단말기 가격은 개장, 폐장때 가격이 달라지는 주식시장에 비교가 되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이통사 보조금도 받고, 제조사 장려금도 받아 싸게 구매하면 단말기 구매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휴대폰 유통시장의 정보흐름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운이 좋은 일부 가입자들만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보조금 규모를 27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유는 이통사가 가입자를 유치할때 기대수익이 있는데 이를 넘어설 경우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력이 있는 일부 가입자만 혜택을 보고 다수의 가입자들은 제 값주고 사는 불평등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왜곡된 현재의 단말기 유통시장은 통신서비스 사업자, 단말기 제조사,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통신요금 인하나 투자에 많은 돈을 써야 할 이통사는 순간의 가입자 확보 유혹 때문에 매년 수조원의 보조금을 쓰게 된다. 매년 수조원대의 가입자 유치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점유율 변화는 미미하다. 통신사 CEO들의 반복되는 자정노력 발언은 이미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다.

휴대폰 제조사 역시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구조 때문에 제조사별 단말기 가격 변별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불투명한 유통구조는 가격차별에 의한 마케팅 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특정업체에 집중되는 문제점이 지속된다. 외산 휴대폰이 발을 붙일 수 없고, 고가폰만 판매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부는 \"국산, 외산 단말기간 경쟁이 거의 없는 것도 건전한 단말기 유통구조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형 제조사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교란할 경우 후발 제조사, 중소 제조사 등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 피해도 막심하다. 일차적인 피해는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에 대한 차별이다. 또한 보조금을 미끼로 가입자를 유치한 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 같은 피해는 2011년 170건에서 2012년 699건, 올해 1~5월 930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조금이 많은 단말기의 경우 고가의 요금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싸게 구매하기 위해 불필요한 통신서비스를 구매할 수 밖에 없다. 단말기를 싸게 산 것 같지만 올라간 통신서비스 요금을 생각하면 혜택을 본 것도 없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는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금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보조금을 투명하고 차별 없이 지급하자는 취지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을 추진 중이다.

휴대폰을 언제, 어디서 구매했느냐에 따라 극심한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는 현 상황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를 필두로 휴대폰 제조사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영업비밀 공개, 이중규제, 휴대폰 산업 붕괴 등 사실과 다른 부분까지 내세우며 반대진영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보조금을 투명하게 지급해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를 절감시키고 경쟁구도를 정상화하자는 것인데 단말기 제조사들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법을 바라보고 있다\"며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금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보조금을 투명하고 차별 없이 지급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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