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스토리지 거인 ‘EMC’와 플래시 스토리지의 선두주자 ‘퓨어스토리지’의 법정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때마침 EMC가 올 플래시(All flash) 스케일 아웃 스토리지 신제품 ‘익스트림 IO’을 출시한 시점과 겹친다.

앞서 이달 초 EMC는 지난 2011년 8월 퓨어스토리로 이직한 44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미국 메사추세츠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이직하면서 자사의 신제품 전략 및 영업 기밀을 빼냈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퓨어스토리지는 26일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EMC는 이날 다시 퓨어스토리지가 자사의 스토리지 관련 특허 5건을 침해했다는 고소장을 미국 델라웨어 지방 법원에 냈다.

스콧 디첸 퓨어스토리지 CEO는 이날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약 1년 전쯤 EMC가 퓨어스토리지 어레이를 입수해 영업 기밀을 파악키 위한 제품 테스트를 수행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벌였다”며 EMC를 비판했다. 또한 뉴햄프셔에서 실리콘 밸리의 EMC 사무실로 보내진 퓨어스토로지 제품을 되찾으러 갔을 당시에는 이미 제품이 재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있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하고 테스트하는 것은 하이테크 분야에선 흔한 일이지만, 퓨어스토리지 측은 EMC의 행위가 고객 라이센싱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MC 역시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퓨어스토리지가 에러 수정이나 데이터 중복제거, 스케쥴링 리딩 등 EMC의 지적재산권(IP)을 위반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퓨어스토리지는 허가 없이 이를 사용한 증거가 있으며, 이번 법정 소송은 EMC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반박했다.

디첸 퓨어스토리지 CEO는 블로그를 통해 “EMC의 이같은 행위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퓨어스토리지는 스토리지 업계에서 디스크에서 플래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경쟁사의 이같은 행동은 이를 늦추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MC의 특허 주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으나, 퓨어스토리지는 고유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최근 1억5000만달러의 펀딩을 받았을 정도로 기술력을 자신한다”며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같은 다툼을 플래시 스토리지를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으로 보고 있다. 최근 플래시 스토리지는 성능과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인정받으며 점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퓨어스토리지는 이 분야 전문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EMC의 경우 최근 지난해 인수한 이스라엘 기업 익스트림IO를 통해 관련 신제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퓨어스토리지는 익스트림IO 신제품 출시 전부터 이를 분석, 평가하는 포스팅을 기업 블로그에 올리며 EMC를 자극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도, EMC 출신 강민우 지사장이 퓨어스토리지코리아를 이끌며, EMC 시장 뺏기에 나서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