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지난 5년여간 재직하며 안랩을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좋은 씨앗은 뿌려뒀으니 후임 대표께서 잘 거둬주기를 바란다.”
김홍선 안랩 대표는 4일 대표직 사임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008년 8월부터 5년 4개월간 안랩을 이끌어 왔다.
김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는 지금 가장 보람찼던 일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로 1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이라며 “특히 신제품 개발로 인한 매출 성장이라 감회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안랩은 김 대표에게도 있어 성장의 발판이 됐다. 김 대표는 안랩 재직 전 시큐어소프트를 설립해 10여년간 이끌어왔다. 시큐어소프트는 당시 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사로 활동하고, 코스닥에도 상장하는 등 고공성장을 이어왔으나 계획한 사업전략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해 2004년 엑서스테크놀로지에 경영권을 넘겼다.
김 대표는 “외부 요인으로 시큐어소프트 대표에서 물러난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일”이라며 “하지만 이번에 사임하는 것은 스스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이 (사임의) 주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V3에만 ‘올인’하는 안랩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전략과 아이템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V3로 대표되던 안랩을 종합보안업체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고, 이는 시기적절하게 잘 맞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최근까지는 보안서비스 모델을 비롯해 지능형지속가능위협(APT) 솔루션 등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토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김 대표는 해외 사업에 주력해 왔다. 2011년 11월 권치중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국내 사업에는 손을 떼고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만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같은해 글로벌 보안 행사인 ‘RSA 컨퍼런스’에 참석해 북미시장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최근에도 화두가 되고 있는 APT 대응 솔루션(트러스와처)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대표는 2013년에 안랩 북미지사를 설립해 채널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APT 대응 솔루션 전문업체인 파이어아이와 어깨를 견 줄 정도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여기까지가 나의 역할 인 것 같다”며 “지난 5년간 재직하며 안랩이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은 뿌려둔 것 같다. ‘뿌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 따로 있다’라는 옛말에 나도 동의한며, 후대 대표께서 잘 키워서 거둬주길 바란다”고 감회를 전했다.
김 대표는 안랩을 떠난다고 IT업계를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계 입문’에 대해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치는 나와 인연이 없다. 전문경영인으로 앞으로도 IT업계에 몸 담으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발휘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다음 번에는 보안이 아닌 다른 영역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후임 대표로 권치중 부사장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 “권 부사장은 우수한 인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사임한 사람이 후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안랩측은 “이번 주 중 신임 대표를 선임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김 대표는 저술 활동을 포함해 재충전을 하면서 좀 더 폭넓은 관점에서 자신의 경영 전문성과 글로벌 경험을 발휘할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김홍선 대표는 안랩이 지난 2007년 유니포인트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안랩에 기술고문으로 합류해, 연구소장을 거쳐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올랐다. 이어 지난 2008년 8월 CEO 직무대행으로 선임되면서부터 안랩을 이끌어 왔다. 공모를 거쳐 정식 CEO로 선임된 시점은 2008년 10월 30일이다.
김 대표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1세대 정보보안 전문가로, 초창기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현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정보보안 산업의 태동과 발전에 기여해 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