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13년 국내 게임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PC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어진 것이다.
게임업계가 이를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모바일게임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작년께부터 본격 투자를 해왔다. 올해는 그 성과가 눈앞에 드러난 한 해였다.
그러나 그 결과가 중견업체의 몰락으로 나타났다. 드래곤플라이, 엠게임, 라이브플렉스 등 다수의 업체가 올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크고 작은 인력 감축도 진행됐다.
이들 업체는 수년 전 성공한 PC온라인게임 1~2종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온라인게임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를 걷고 구매력 높은 성인 이용자까지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면서 취약한 회사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이들 업체들이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등으로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올라지 못했다.
반면 CJ E&M 넷마블 등의 대형사들은 올해 모바일게임 시장 전면에 나섰다.
2년여전부터 모바일게임 자체 개발력을 갖추고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판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시장 변화에 대비한 것이 빛을 발한 것이다. 더욱이 모바일게임 시장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자본력을 갖춘 대형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애초 시장 변화 속에서 생겨난 업체들이다. 이들은 작은 조직의 이점을 살려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선데이토즈와 파티게임즈 등 성공한 스타트업 중 일부는 중견 업체들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선데이토즈는 앞서 코스닥 우회상장에 성공했고 파티게임즈는 코스닥 직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올 한해 중견 업체들은 대형사에 밀리고 스타트업에 치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년이 더 위기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을 감안하면 내년 중견 게임업체들이 실적 회복의 불씨를 살리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중대 기로에 놓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넷마블이 판권을 모두 쓸어갔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현재 넷마블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한 상황을 보면 당시의 과감한 투자가 옳았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는 한발 빠른 시장 대응과 투자 그리고 자본력이 밑받침돼 성공한 경우다. 당시 넷마블이 회사 덩치와 브랜드 파워를 믿고 굼뜨게 움직였다면 지금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게임 시장은 현실에 안주하는 가운데 소폭 변화를 꾀하는 것으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중견 업체들이 지금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넷마블의 선례처럼 한발 앞서 과감하게 움직이는 결단력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의 캐시카우는 잊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존을 위한 버티기 경영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