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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생활가전이 터키에 주목한 이유는?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대표가 다시 한 번 에이프런을 목에 맸다. 작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3’ 이후 5개월만으로 지난 1월 31일 터키의 대형 쇼핑몰인 포럼이스탄불 ‘삼성 열망 브랜드 스토어’에서 진행됐다.

윤 대표가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삼성포럼 이후에 곧바로 터키로 날아간 이유는 오는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 달성을 위한 포석이다. 터키는 내수시장 비중이 상당한 지역으로 30세 이하 인구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삼성전자는 1984년 첫 현지법인으로 진출한 이후 TV, 스마트폰, 프린터, 카메라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생활가전은 다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현지 업체가 확고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1년 해외 업체 가운데 생활가전 1위에 올랐으나 이것만 가지고 인구 8000만명이 넘는 터키 시장에서 제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기 어렵다. 2012년 기준으로 터키의 가전제품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25% 확대되는 등 21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유럽 지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시장이다.

삼성전자가 터키에서 생활가전 1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터키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코치그룹을 넘어야 한다. 정확하게는 코치그룹 산하의 생활가전 브랜드 ‘아르첼릭’과 처절한 승부를 벌여야 한다. 터키 내수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데다가 인근 국가로의 수출도 활발히 이어가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내수업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LG전자는 아예 아르첼릭과 합작법인(아르첼릭LG)을 만들어둔 상태다. 에어컨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이어왔으나 언제 어떻게 서로 창끝을 겨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만의 강점도 있다. 바로 TV다.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놓은 상태여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현지 최대 유통업체인 테크노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유통망도 견조하다.

◆다각적인 사업 공략 가시화=생활가전 사업은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동안 삼성전자가 터키에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생활가전에서 눈에 띄는 성적표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목표로 하는 2015년까지 터키 내에서 아르첼릭을 넘어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가 냉장고, 세탁기 등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북미와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남미를 염두에 두고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중남미포럼을 진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후 서남아포럼(2월 15∼19일), 동남아포럼(2월 19∼23일), 중국포럼(2월 26∼3월2일)이 각각 진행된다.

전략을 바꿔 아르첼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전 세계 1위라는 것이 단순히 시장점유율만 가지고 승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르첼릭은 거의 모든 생활가전을 자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프리미엄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아르첼릭이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의 부품 조달과 조립이 가능한 업체와의 협력을 바라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더구나 한국과 터키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상태로 2013년 5월 이후 교역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가정용 전자제품 115.6%, 전자부품 101.3%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생활가전의 경우 제품별로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어 터키내의 시장 수요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게 있어 터키는 유럽 공략과 전진기지로의 상징적 의미, 그러니까 성장률과 신시장 개척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력적인 지역이다. 다른 유럽 지역과 달리 현지 업체와의 적극적인 제휴도 고려해볼만하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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