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모바일뱅킹 급속한 세대교체…초기 ‘금융+통신’ 융합모델 역사속으로

이상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우리나라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혁신적으로 진화했다. 불과 4년여만에 국내 스마트폰 뱅킹 등록고객수는 5000만명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는 혁신성과 보편성이 동시에 충족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한편으로 금융권은 이제 차세대 스마트금융 전략을 새롭게 짜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전환, 이른바 ‘스마트폰뱅킹 2.0 ’시대를 준비해야한다는 주문이다. <디지털데일리>는 3회에 걸쳐 국내 금융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차세대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대응 전략을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선택과 집중’이란 화두는 금융IT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줄곧 뛰어난 혁신성으로 인해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모바일뱅킹에 있어서도 일부 서비스는 가혹한 퇴출을 피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해 금융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모바일뱅킹 서비스 모델은 집중하되 안되는 서비스는 축소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이다.

또한 이러한 일부 모바일뱅킹서비스의 퇴출은 2000년대 중반에 선보인 구 버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신 선보인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확장성이 의심되는 OS(운영체제)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철저하게 금융권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시장 외면한 모바일뱅킹서비스, 가혹한 퇴출 = 지난 2000년대 초반, 금융권과 통신업계는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였다. ‘모바일뱅킹서비스의 주도권을 금융회사가 갖느냐 아니면 플랫폼을 제공하는 통신업계의 역할을 인정해야하느냐’에 대한 주도권이 논쟁의 핵심이었다.

금융과 통신 서비스의 결합은 두 산업 진영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를 갖게했고, 주도권 논쟁은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식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러한 논쟁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앱으로 구동되는 모바일뱅킹서비스는 서로간의 영역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기때문이다. 이는 또한 2000년대 초중반 당사자들을 들뜨게했던 ‘금융+통신’ 융합모델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5~6년간 국내 은행권에서는 일부 모바일 뱅킹서비스 퇴출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같은 퇴출은 스마트폰뱅킹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뱅킹이 일반화되기 이전인 지난 2010년까지 은행권은 휴대폰(2G 기반 피쳐폰) 기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폭발적인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휴대폰의 기능이 뱅킹서비스의 프로세스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기때문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통신회사와의 협력을 통한 각각 선보였던 VM(가상머신)뱅킹, IC칩 기반의 IC칩 뱅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VM뱅킹및 IC칩 뱅킹 기술 기반의 모바일뱅킹서비스들은 이제 급속하게 그 자리를 스마트폰 뱅킹에 넘겨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마트폰기반의 모바일뱅킹서비스는 2013년말 현재 3718만5000명이지만 이통단말기에 은행이 발급한 IC칩을 내장시키는 IC칩 기반의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432만8000명, 인터넷뱅킹용 프로그램을 이통단말기에 내려받아 사용하는 VM방식의 사용자는 841만명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뱅킹 기반의 사용자수가 절대적이다. 더구나 IC칩기반, VM방식의 모바일뱅킹 고객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뱅킹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제는 이마저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앞서 2000년대 초반 국내 모바일 뱅킹의 시작을 알렸던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방식 뱅킹 서비스는 이미 지난 2004년부터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서비스 중단이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은행 등도 명맥만 이어왔던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WAP뱅킹이 역사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IC칩 뱅킹과 VM뱅킹의 경우 우리은행은 IC칩 기반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M뱅크’를 지난해 종료했으며 외환은행도 VM뱅킹 기반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대해 지난해 12월3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외환은행은 오는 2월 28일부로 IC칩 기반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종료한다.

은행들이 스마트폰 뱅킹을 제외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중단하는 이유는 현재 스마트폰뱅킹 플랫폼과 비교해 기술적인 혁신성과 고객 편의성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육박하고, 스마트폰뱅킹 고객수가 500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면 기존의 모델은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최근에는 통화기능에만 충실한 ‘알뜰폰’이 시장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형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피쳐폰에 대한 서비스는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선 ‘대고객 서비스 영속성을 위해서 일부 고객이 남아있는 한 서비스가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명분론에 그치는 정도다.

◆커지는 보안 위협, WAP뱅킹 등 구 모델 정리 가속화 = 한편 최근 금융권 보안 위협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은행권에게 이용률이 떨어지는 기존 모바일 뱅킹 서비스의 중단 명분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도 기존 모바일 뱅킹의 경우 보안에 대한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WAP 뱅킹의 경우 고객 가입절차 없이 다운로드만으로 사용이 가능해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2중, 3중의 강력한 보안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스마트폰 뱅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한 보안 대응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

은행권이 수익이 나지않는 모델에 보안투자를 기대하기는 쉽지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점차 스마트폰을 제외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 퇴출이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결국 은행들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스마트 금융전략 구현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기존 모델은 정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보안투자 소홀로 인해 향후 발생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오래된 모바일 서비스를 접고 스마트폰 중심의 서비스 체제 정비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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