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드디어 나섰다…팬택 활로, 채권단 선택만 남아
- 통신사, 채무유예 사실상 수용…새 워크아웃 방안 마련, 채권단 몫으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의 활로가 열렸다. 통신 3사가 팬택 채권 추심을 연장할 분위기다. 팬택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가 통신사 출자전환을 고집하지만 않으면 채권단이 마련했던 워크아웃 방안과 유사한 효과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팬택의 새 워크아웃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팬택이 제시한 채무유예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내부 조정을 마쳤다. 다만 공식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상거래 채권은 기일이 다가와도 상대방이 변제를 요구하지만 않으면 갚지 않아도 된다. 공식화 하면 해당 기업이 주주의 추궁을 받을 수 있다. 채권 회수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팬택이나 채권단도 이점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국내 점유율 3위 휴대폰 제조사다. 지난 3월부터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워크아웃 연장을 두고 이달 초부터 갑론을박이 열렸다. 팬택 채권단이 워크아웃 연장 조건으로 통신사의 1800억원 출자전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이번에 유예키로 한 채권은 이 1800억원이다.
통신 3사가 채무유예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 통신사에 진 팬택의 빚은 팬택이 기업회생작업(법정관리)으로 갈 경우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회수에 나설 경우 팬택을 법정관리로 내몰았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채무유예가 현실적 이익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는 이전부터 비공식적으로는 팬택을 도울 길을 찾아왔다”라며 “책임이 통신사로 넘어오는 것과 통신사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접점을 마련하지 못해 소극적으로 비춰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 채권단은 ▲산업은행(지분율 11.81%) ▲농협(5.21%) ▲우리은행(4.95%) ▲신용보증기금(4.12%) ▲하나은행(3.49%) ▲수출입은행(2.78%) ▲신한은행(2.55%) ▲국민은행(1.75%) ▲대구은행(1.16%) 등 9개 금융기관이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채권단은 현재 통신사의 출자전환을 전제조건으로 한 팬택 워크아웃 계획을 의결한 상태다.
결국 팬택 워크아웃 지속 여부는 채권단 손에 달렸다. 통신 3사가 전향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채권단 역시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는 채권단이 팬택 회생 책임은 통신사에 떠넘기고 팬택 정상화 이후 과실은 독점하려한다고 비판해 왔다. 채권단이 팬택 워크아웃 결정 최종 시한을 연장한 것 역시 명분 쌓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방안에 거래처의 출자전환을 요청한 것 자체가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연장하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요인”이라며 “이제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복안이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팬택 협력사도 팬택이 법정관리보다 워크아웃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할 계획이다. 17일과 18일 청와대와 국회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들은 각 사별로 팬택 채권의 10~30%를 탕감키로 결정했다. 팬택이 침몰할 경우 팬택과 팬택 협력사 지권 8만명의 생계가 위태로워서다.
팬택 협력사 협의회 하이케이텔레콤 홍진표 대표는 “현재 팬택 협력업체는 팬택에 부품 공급을 못해 무급휴직 중이다”라며 “협력업체 입장에서 팬택 정상화가 지체될수록 어려움이 가중된다. 이번 주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70~80% 협력업체가 부도를 막지 못할 상황”라고 조속한 채권단 결단을 촉구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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