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까다로워진 유럽 진공청소기 시장, 국내 업체 대비는?

이수환


- 모터 기술력 바탕으로 미리 대비
- 업체간 특허와 흡입력 비교 이어질 수도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이달(9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에 판매되는 진공청소기에 대한 최대 전력소비량이 1600와트(W)로 제한됐다. 여기에 오는 2017년 이후에는 900W로 기준선이 더 낮아질 계획이다.

유럽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가장 깐깐한 곳이다. 진공청소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유는 각 제품으로 따지면 미미하지만 크게 보면 전력소비량 절감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U는 2020년이면 유럽 내 진공청소기 규제로 절약할 수 있는 전력소비량을 원자력발전소 4개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진공청소기 전력소비량 규제는 생활가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 LG전자에게 중요한 이슈다. 지난 10년 동안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백색가전에서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렸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소형 백색가전에서 성과가 필요하지만 이 시장은 제대로 대응이 불가능하다. 공략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제품이 없다는 게 정확하다. 다리미, 커피머신, 헤어드라이어 시장에 갑자기 진출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대안은 진공청소기다. 시장도 나쁘지 않다. 진공청소기를 포함한 유럽 소형 백색가전은 경제위기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선진 시장뿐 아니라 폴란드, 체코, 우크라이나 등 신흥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서유럽은 커피머신이나 여드름치료기와 같은 웰빙, 뷰티 관련 제품이 많이 판매됐고 동유럽의 경우 다리미와 진공청소기가 상대적으로 도드라졌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로봇청소기 판매가 두 배로 높아졌다. 특히 스페인은 전체 진공청소기 가운데 30%가 로봇청소기로 나타났다.

강화된 유럽 진공청소기 규정에 대한 삼성전자, LG전자의 1차 대응은 이미 끝난 상태다. 지난 9월 5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진행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14’를 통해 각종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작년 출시한 ‘모션싱크’ 라인업 강화와 함께 흡입력을 높이고 스마트 기능을 강화한 ‘파워봇’ 로봇청소기를 내놨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무선 진공청소기로 방향을 잡았다. 전력소비량 제한은 유선 진공청소기에만 해당되므로 모터와 배터리 기술력이 충분하다면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쪽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유선 진공청소기의 경우 모터와 노즐 개선, 공기역학적인 구조를 통해 유럽 기준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에 모터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인버터 모터를 출력별로 세분화, 250, 400, 800W 인버터 모터를 개발했다. 이 가운데 400W 모델이 모션싱크에 탑재됐다. 250W 모델의 경우 핸디형이나 무선 진공청소기에 사용될 수 있다. LG전자의 경우 세탁기를 통해 검증된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가 핵심이며 2003년 최초로 인버터 모터를 진공청소기에 적용한바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사이클론 방식을 통해 빨아들인 공기와 먼지를 분리한다. 업계에서는 모터나 배터리 기술력이 충분한 상황이므로 내부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이클론을 뛰어 넘는 집진 방식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먼지를 걸러내기 위한 헤파필터 등의 부속품이 불필요하다면 원가절감과 함께 전력소비량은 줄이면서 흡입력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공청소기, 특히 프리미엄 시장은 이익률이 두 자릿수로 생활가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매력적일 것”이라며 “IFA2014에서 이들 업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만큼 향후 특허나 흡입력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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