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단통법 무력화, 아이폰 대란 총대 누가 맸나
- 번호이동 순증·판매 정황 감안 ‘LGU+’ 유력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 한 달만에 고비를 맞았다. 초반 혼란을 딛고 궤도에 오른 듯 했던 단통법은 통신사 불법 지원금 살포로 존재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도 단단히 뿔이 났다.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를 일벌백계(一罰百戒)할 방침이다. 지원금 살포 기간 번호이동 총계와 순증을 분석해보면 이번 일은 LG유플러스가 발단인 것으로 여겨진다.
3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일과 2일 벌어진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대한 불법 지원금이 살포됐다. 통신사는 “유통점에 지급한 장려금이 지원금으로 활용돼 문제가 됐다”고 변명했다. 또 “유통점 생계를 위한 것이어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책임을 미뤘다.
아이폰 대란은 통신사가 방조하고 유통점이 실행에 옮겼다. 정부는 추가 확인을 통해 ▲사실조사 실시 ▲과징금 부과 ▲대리점 및 판매점에 대한 과태료 부과 ▲법인 임원 형사고발 등 후속조치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도사업자를 포함 3사가 제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제재를 예고했다.
통신사는 이번 일에 대해 경쟁사 탓을 했다. LG유플러스 쪽에 혐의를 두는 의견이 우세하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가 시작했고 KT가 따라갔다”라며 “우리는 대응만 했을뿐”이라고 설명했다. KT는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아이폰을 도입해 의욕이 앞선 나머지 무리수를 뒀다”라며 “시장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KT가 가입자를 뺏기니 지원금을 뿌린 것 같다”라며 “예약가입을 자랑하다가 실상이 다르니 과열을 조장한 것”이라고 답했다.
실상은 어떨까. 1일과 2일 번호이동 결과는 LG유플러스의 주장보다 SK텔레콤과 KT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 출시일인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8104명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모았다. ▲KT 6381명 ▲SK텔레콤 1723명을 뺐었다. 날짜별로 보면 ▲10월31일 4446명 ▲11월1일 2020명 ▲11월2일 1638명이다.
번호이동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전산망을 통한다. 전산망은 주말엔 닫힌다. 이번엔 SK텔레콤과 KT가 특별 요청을 했고 LG유플러스가 동의해 열렸다. SK텔레콤과 KT는 예약가입자 해소를 위해 전산망 개방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산망이 열린 뒤 결과는 LG유플러스 승리다. LG유플러스가 주말 마케팅을 강화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황도 LG유플러스에 불리하다. ‘2014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영관리실장(CFO) 김영섭 부사장이 “1100만 아이폰 고객 중 어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등 번호이동 핵심 무기로 이용할 뜻을 내비친바 있다.
SK텔레콤과 KT 특히 KT는 아이폰 관련 시장에서는 방어적 입장이다. 방어 쪽은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에 특혜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번호이동에 돈을 쓰는 쪽은 공격이다. 기기변경은 기존 가입자 유지고 번호이동은 타사 가입자 유치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 유통이 처음이다.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
방통위가 소비자 피해를 우려한 ‘신규 단말기 구매시 중고폰 가격 선 지급’ 카드를 먼저 꺼낸 것도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이 프로그램을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로 한정했었다. 예약판매 과정에서도 LG유플러스는 자사 롱텀에볼루션(LTE)인터넷전화(VoLTE)를 띄우기 위해 경쟁사에 대해 거짓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오히려 LG유플러스 아이폰 가입자는 3세대(3G) 네트워크가 없어 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 활성화에 불편을 겪고 있다. 유심이 활성화 되지 않으면 전화를 쓸 수 없다.
한편 정부가 이번 일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번호이동은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시장이어서 한 쪽이 돈을 쓰기 시작하면 다른 쪽도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초반에 돈을 쓴 쪽은 가입자는 가입자대로 뺏고 욕도 덜 먹는다. 방통위도 그래서 주도 사업자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단통법 이후 첫 불법 사례인 만큼 주도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예상된다. 대리점과 판매점 등 이번 일에 가세한 유통점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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