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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이상철 LGU+ 부회장…장기집권? 그룹행?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LG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이 홀로 고공비행 중이다. 내부, 그룹에서도 우려했던 LTE 올인 전략이 성공을 거둔 후로 내외부의 적이 사라졌다. 내년 임기 계약 1년이 남은 가운데 계속해서 LG유플러스 총책임자 역할을 수행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010년 1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일명 ‘LG 3콤’이 뭉친 통합LG텔레콤(이후 LG유플러스로 사명 변경)의 초대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 부회장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LG텔레콤의 경쟁사인 KTF 사장으로, 2001년~2002년에는 KT 사장으로 재임한 바 있으며 2002~2003년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 유·무선 통신 비즈니스 분야에서 실무와 정책 전문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었다.

임기 넘어 장기집권 가능할까=비슷한 시기 KT에는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이 합병 KT의 CEO를 맡아 경쟁했다. 초기에는 이석채 회장이 아이폰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는 등 스마트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며 주목을 받았다. 이상철 부회장은 스마트폰 시대에서도 ‘가난의 대물림’을 언급하며 정부에 주파수 배려를 읍소하는 상황이었다.

두 CEO의 운명은 LTE 시대들어 엇갈렸다. 이상철 부회장은 LTE 올인 전략을 시도하며 2위 KT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각종 비리로 불명예 퇴진했다.

반면, 이상철 부회장은 거침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신업계의 관심은 이상철 부회장이 언제까지 LG유플러스의 수장 역할을 할지, 또는 그룹으로 발탁돼 새로운 임무를 맡을지에 쏠려있다.

이상철 부회장의 임기는 5년이다. 원래는 3년 CEO 임기에 2년은 고문 등과 같은 역할을 맡는 식으로 알려졌다. 3년 CEO 임기는 이미 채웠고, 원래대로라면 고문 역할로 전환됐어야 하지만 계속해서 CEO 자리를 맡고 있다. 내년 마지막 1년도 LG유플러스 CEO로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이상철 부회장이 새로운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전자가 3분기 회복세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다. 그룹에서 이상철 부회장에게 새로운 미션을 부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룹 내외부 대체자가 없다=일단 LG유플러스 CEO 자리는 굳건해 보인다.

LTE 도입을 전후로 강유식 부회장 등 LG그룹 인사들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룹에서 사장급 인사가 내려오기도 했다. 지원 명목이었지만 견제, 감시가 주 임무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실제로 지원세력이 됐고, 당시 그룹의 실세는 자리를 옮겼다.

이후 LTE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이상철 부회장의 입지는 탄탄대로다. 그룹에서도 외부에서도 마땅한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LG전자 출신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자 사정도 좋지 않다. 제조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조업 인사가 서비스업을 맡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외부 영입도 불투명하다. 이 부회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LG유플러스 내부에서는 당연히 내년에도 이상철 부회장이 CEO 자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부 출신인 이 부회장이 그룹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구원투수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상철 부회장이 처음 왔을 때 내부의 반대, 반발이 많아서 고생했지만 지금 위치는 절대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여의도(LG그룹)에서도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감한 결정…아이폰6 대란도?=이상철 부회장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쟁사에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과감한 정책을 결정하고 먼저 시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LTE 도입이 그랬고, 주파수 확보경쟁에서 밀리자 보안 등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선 부분에 중국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일어난 아이폰6 대란도 결국은 이상철 부회장의 과감한 전략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시장이 요동치는 것이 유리하다. 가장 적은 가입자를 갖고 있지만 이는 반대로 뺏어올 가입자가 가장 많다는 의미다.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LG유플러스는 정부 뜻과는 달리 꾸준히 기기변경과 번호이동간 지원금 차별화를 주장해왔다. 기기변경보다는 신규가입, 번호이동 수요가 더 많아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처음 유통하게 된 아이폰6는 시장을 출렁거리게 할 수 있는 좋은 재료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한달, 그리고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법이 점차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하던 그 시점에 소위 ‘대란’으로 번질 결정을 내리는 결단은 실무차원에서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입을 모아 대란 주범으로 LG유플러스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의 하나 실제 LG유플러스가 아이폰6 대란의 원인제공자로 밝혀질 경우 최종 결정을 내린 책임자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만 잘나가나…성과, 미래비전 어떤 평가 받을까=LG유플러스는 지금도 3위 사업자지만 과거의 만년 꼴찌와는 평가가 다르다. LTE에서는 성적이 괜찮다. 이상철 부회장의 LTE 올인 전략 이후 직원들의 사기도 달라졌다.

내외부의 반대에도 불구 LTE 올인한 것을 비롯해 2.6GHz 주파수 획득 이후 중국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등 위기를 정면돌파 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장기적 성장발판 마련, 단기적 재무관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특히, 이상철 부회장은 그룹 전체보다는 LG유플러스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동안 LG전자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지만 LG전자 올인 전략이 통신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대표적인 것이 단통법 시행 이후 발생한 아이폰6 대란이다. LG유플러스가 불법 지원금 폭탄에 불을 붙인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LG전자와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 있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중국산 단말기까지 유통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판매가 급격히 감소한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선택은 아이폰6 였다. 어찌됐든 지금까지는 LG전자가 단말기 부분에서 첫 번째 파트너였지만 앞으로는 독자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 단말기 경쟁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상철 부회장이 삼성전자와의 관계 악화 등을 감안하며 LG전자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관계사들의 실적보다는 LG유플러스에만 집중하는 경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LG유플러스만을 생각하는 경영은 LG유플러스 주주와 조직원들에게는 환영받겠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어려운 시기 과거처럼 반발과 견제 시도로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어서 이상철 부회장의 향후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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