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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방위, 700MHz 방송사 할당 강압…“안되면 직권처리”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국회의 일방적인 지상파 편들기가 계속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가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700MHz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을 경우 상임위에서 주파수 정책을 경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주파수 정책은 정통부, 방통위, 미래부 등 소관부처가 할당, 경매, 재배치 등을 해왔지만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가 직권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지상파 편들기를 넘어 삼권분립 취지를 훼손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방위는 28일 주파수정책소위원회를 열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지상파 UHD 도입시 필요한 주파수 할당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주파수소위는 지난해 12월 26일 첫 회의를 열었으며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소위에는 조해진, 심학봉 의원(새누리당), 전병헌,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미래부 윤종록 제2차관, 방통위 이기주 상임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상파 UHD방송 추진방향에 대해 보고했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보고 내용은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

미래부는 2015~2019년에 수도권 및 주요도시(커버리지 70%)에서 UHD방송을 실시하고 2020~2024년에 전국방송을 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 시범방송을 하고 2026년부터 수도권 본방송, 2017년 하반기 광역시, 2021년부터 시군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주파수 할당은 방송사별 추진계획, 투자계획 및 주파수 확보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700MHz 대역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비롯해 기존 디지털TV 대역의 효율화 및 타 대역에서 확보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정부 보고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700MHz 중심으로 지상파UHD 방송을 해야 하는데 다른 대역에서 주파수를 찾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방위 주장대로 700MHz 대역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하려면 재난통신망에 할당된 20MHz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를 할당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30MHz폭에 달하는 보호대역, 세계 700MHz 활용방안과 동떨어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미래부 보고서의 경우 통신 보고서다. 국회 의도와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고 화려한 수사만 덧붙여 고려와 검토만 있다. 방통위 보고서 역시 방송의 요구나 현실적 방안을 담아 진전됐지만 여전히 미래부 눈치를 본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심학봉 의원은 "이동통신사 트래픽 해소를 위해 다른 주파수를 찾는 것도 정책대안이다. 지상파 UHD를 위해 700MHz 얘기를 해왔는데 다른 주파수를 찾자고 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다른 나라에서는 UHD를 안한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가 안하니 표준활동도 우리가 먼저해야 한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선제적으로 해야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다. 국회는 최대한 정부 입장을 존중한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최민희 의원도 "통신사는 다른 대역에서 하고, 700MHz에서 UHD를 하고 나중에 이전하면 통신사가 700MHz를 쓸 수 있는 것 아니냐. 자꾸 사업자 재원을 얘기하는데 이 사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면 정부가 지원을 하고 주파수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무조건적인 지상파 700MHz 할당 요구가 이어지자 윤종록 차관은 "주파수는 한정돼 있다. 주파수정책소위지 UHD방송소위가 아니지 않느냐. 방송, 통신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다. UHD방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주파수가 한정돼 있는 만큼, 국민 입장에서 어떻게 쓸 것이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학봉 의원은 "차관 말 실수한거다.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 의원은 "편향적이라는 건데, 주파수가 무한하면 왜 그러겠느냐. 부족하기 때문에 UHD도 하고 이동통신 트래픽도 고민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방송사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해진 의원도 "국회는 정부의 균형있는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것이다. 부처는 겸손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이어 조 의원은 "미래부 보고서 보면 대안이 없다. 이러면 상임위, 국회차원에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결정하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정치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국회일이다. 정부의 최종적 의사결정이 바람직하게 내려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심학봉 의원도 "안되면 방통위 보고서, 미래부 보고서에 대해 표결하고 위원회 직권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합의점 찾지 못하면 부처별로 따로 보고받고 우리가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록 차관은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UHD 지상파 전국방송이 돼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이를 구현하는 방법상에서 한정된 주파수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것이지 어느 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윤 차관은 최민희 의원의 통신에 왜 700MHz 주파수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다음 회의때 정확히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700MHz 주인을 가리기 위한 논란은 다음 회의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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