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미국 IT 기업’을 위협하는 중국
중국은 지난 1980년부터 35년간 연평균 성장률 9%를 달성했다. ‘작은 거인’ 덩샤오핑의 과감한 실용주의 노선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중국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84년도 16%를 고점으로 2007년 14%, 2014년 7.4%를 기록했다. 올해는 7% 성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비록 지금은 80~90년대 경제성장기 초기 단계와 같은 두 자릿수 성장률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둔화가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속도조절에 어느 정도 기인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위협적인 속도로 중국의 경제력 팽창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미국은 1980년부터 3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8%다. 지난해에는 2.4%, 올해는 3%를 전망하고 있다.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의하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7조달러, 중국은 10조3554억 달러, 일본은 4조7698억 달러다. 참고로 한국은 1조4495억달러로 13위 수준이다. 비록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지만 앞으로 5~6%대를 유지한다고 보면 머지않아 미국의 GDP 규모를 넘어설 것 같다.
중국은 이러한 국력을 바탕으로 위안화의 기축 통화시도, 그리고 미국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주도의 AIIB(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4월2일 기준으로 48개국이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중국의 힘을 느낄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AIIB 가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경제 팽창은 국가 차원의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IT 기업도 미국 IT 기업과의 경쟁을 공언하고 있다. 중국의 IT 기업은 막강한 규모의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 제패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3대 공룡 인터넷 회사인 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에 대항해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대단히 선전하고 있다. 또한 ‘거(去) IOCE’라고 해서 미국이 독점적 위치에 있는 글로벌 기업을 제거한다는 의미로 자국의 기업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중대형 컴퓨터 및 정보기기 제조업체인 IBM,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오라클(ORACLE),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시스코, 그리고 스토리지 회사인 EMC를 정조준하고 있다.
IBM의 대항마로 중국내 서버매출 1위, 글로벌 서버 시장 5위 업체인 인스퍼는 2020년까지 중국의 공공, 금융, 국방등 IT기반 인프라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다. YONYOU는 ERP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한 아태지역 최대 기업으로 오라클에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TOYOU와 ECC가 미국의 스토리지 전문 업체인 EMC를 목표로 하고 있고, 통신네트워크 업체인 화웨이는 시스코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04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러스왕(LeTV)은 중국내 새롭게 떠오르는 온라인 동영상 업체로서 전기차 사업과 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국 IT 업체의 차기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 업체는 IT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기업을 맹추격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활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이 선도적으로 이끄는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가전제품 분야 외에는 이렇다 할 글로벌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올해의 국내 경제성장률을 3.8%로 제시했으나 최근에 한국은행은 3%초반 대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000달러를 넘어섰지만 2006년에 2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9년째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인구 5000만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선진국 문턱이 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행히도 정부가 미래 신산업 5개, 주력산업 4개, 공공복지/에너지 산업5개, 기반산업 5개 등 4대 분야 19개 산업을 2020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종합실천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기존정책을 보다 구체화 시킨 것은 좋아 보이나 기술발전에 따른 로드맵을 추종하는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나 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지원 조직일 뿐 결국 기존 시장을 대체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신산업 발굴과 육성은 도전의지로 똘똘 뭉친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기업들은 지금처럼 선진업체 뒤만 보고 쫒아가는 경영전략이 아니라 창조와 혁신, 새로움에 도전하는 뉴 프론티어 정신으로 바꾸어야 될 시점이다. 2020년 미래를 이끌고 나갈 고(故)이병철회장, 정주영 회장과 같은 인물이 절실할 때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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