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이경주 칼럼] 2020년, 기대보다 두렵다

이경주

미국이 부럽다. 1985년 9월22일 미국의 주도하에 프랑스·독일·일본·영국의 G5 재무장관이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달러 약세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당시 일본은 ‘경박단소’라는 제품 경쟁력으로 전 세계를 장악했던 시절이었다. 일본은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시 1달러 당 250엔에서 100엔대로 급격한 환율조절(엔화절상)도 용인했다. 하지만 너무 자만한 결과였을까.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이 때부터 급격하게 상실됐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이 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이를 계기로 1990년대에 접어들며 미국은 IT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다시 연 5~6%의 경제성장률을 시현할 수 있었다. 미국도 2000년부터 IT의 과도한 투자에 따른 버블이 꺼진데다 설상가상으로 2001년 911테러 사건으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미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저금리로 생긴 뭉치돈은 부동산으로 유입됐고 집값이 뛰었다. 부동산 가격버블을 막기 위해 다시 금리를 올린 결과 부동산에 집중 투자한 리먼브라더스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해 2008년 9월15일에 파산했다.

이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휘청거리자 미국 중앙은행은 2009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약 4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달러를 무차별적으로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취했다. 미국은 이러한 정책의 효과로 작년 경제성장률을 2.4% 기록했고 올해는 3%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사전에 차단하고 대규모로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위해 올해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자산을 미국으로 회귀시킴으로써 한국과 같은 신흥시장으로부터 달러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여파로 신흥국 환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적잖은 금융혼란이 예고된다.

일본도 20년간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미국처럼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한 엔화약세, 정부규제 대대적인 철폐, 법인세 인하 등 아베노믹스를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유럽도 경제회생을 위해 금리인하 및 양적완화를 취하고 있으며 중국도 부정부패 철폐와 더불어 금리인하로 경제회복에 총체적인 힘을 쏟고 있다.

이렇듯 세계 경제가 국가 생존차원에서 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에도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 정치, 기업 그리고 국민이 힘을 합해 기술혁신과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다. 과거에는 경제주체가 소비주체가 되었으나 지금은 50대 이후 은퇴자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소득이 없어 돈을 안 쓴다. 돈을 쓰게 하려면 구매를 자극할 만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과거 흑백TV에서 컬러TV가 나왔을 때 제품을 바꾼 것처럼 자동차도 무인자동차가 나온다면 바꿀 것이다. 이는 곧 새로운 소비촉진이 될 것이다.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 오는 2020년이 되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대거 쏟아질 것이다. 이러한 미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거대자본과 우수한 인재, 그리고 정부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경제 부흥기, 즉 골디락스를 맞이할 것 같다.

애플의 계속되는 약진, 구글의 번역시스템, 무인자동차,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스페이스X의 상업용 우주선, 초고속진공열차 하이퍼루프 등 미래제품과 신사업 그리고 아마존의 드론에 의한 획기적인 제품의 배달시간 단축 등 서비스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정부는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창업을 촉구하고 있으나 벤처나 창업만으로는 세계 경제력 순위 12위 국가의 성장성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대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혁신적인 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신사업을 발굴 육성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재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수성은 퇴보다. 그래서 다가오는 2020년이 두렵다.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세계시장을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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