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인텔이 고성능컴퓨팅(HPC)에 힘쏟는 이유는?

백지영

인텔 제온 파이 다이
인텔 제온 파이 다이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텔이 슈퍼컴퓨터로 대변되는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인텔은 제온 프로세서를 통해 전세계 서버칩 시장에서 95%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HPC 시장에서 역시 인텔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발표된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top500.org) 시스템 가운데 무려 85.8%가 인텔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HPC 시장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무한한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HPC 시장은 오는 2017년까지 매년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IT트렌드 변화에 따라 기존 제온 CPU 증설만으로는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출시한 다중통합코어(MIC) 아키텍처 기반 ‘제온 파이’ 프로세서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또 다른 미래를 열어간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 등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HPC 영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 측면도 있다. 빠른 처리 성능을 위해 지난해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에 사용된 코프로세서나 GPU 등의 채택 비중을 살펴보면, 총 75개 시스템 가운데 50개가 GPU를 사용했다. 인텔 제온 파이를 사용한 시스템은 25개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최근 방한한 찰스 위슈파드 인텔 데이터센터그룹(DCG) 워크스테이션 및 HPC 총괄 부사장은 “2014년은 슈퍼컴퓨터 분야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해였다”며 “인텔 제온 파이를 적용한 최신 슈퍼컴들이 오는 2015년말이나 2016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흥미진진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미국 연방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 연구소이 제온 파이 ‘나이츠 랜딩’도입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중순 아르곤국립연구소는 2억달러를 투입, 오는 201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오로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세계 1위 슈퍼컴퓨터는 중국 ‘톈허2’다. 오로라는 톈허2보다 5~7배 가량 성능이 빠른 180페타플롭스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인텔, 크레이와의 협력을 맺었으며, 제온 파이 프로세서가 탑재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인텔은 기존 제온 프로세서에 추가로 설치되는 보조연산장치(코프로세서) 형태의 제온 파이를 주연산장치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제온파이 프로세서 ‘나이츠랜딩’을 시작으로 2017~2018년 출시 예정인 10나노미터 기반의 ‘나이츠힐’ 까지 로드맵도 재정비했다.

이와 함께 인피니밴드의 대안으로 내놓은 옴니패스 패브릭 인터커넥트 기술 및 러스터파일시스템, 데이터센터 매니저, 인텔 HPC 소프트웨어(SW) 스택 등도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위슈파드 부사장은 “현재 HPC가 직면한 과제는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단순히 CPU 뿐만 아니라 시스템과 보드, 네트워크 입출력(IO),스토리지, 기타 SW와 서비스 등 HPC를 위한 모든 기술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존하는 슈퍼컴은 모두 독특하고 유일한 모습, 즉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아키텍처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향후에는 표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조합(컨피규레이션)에 따라 다양한 목적의 시스템을 손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텔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향후 제온 파이를 통해 슈퍼컴 분야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나 머신러닝, 고해상도 비디오 인코딩 등 다양한 활용사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낙관했다.

한편 인텔은 제온 파이 기반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전세계 연구소 및 대학들과 인텔병렬컴퓨팅센터(IPCC)를 통해‘코드 현대화(Modernize Code)’를 진행 중이다.

10~20년전의 하드웨어에서 설계한 애플리케이션을 현재의 최신 시스템 상에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시작됐다.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선 코드 현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코드 현대화 파트너(CMP)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CMP는 제온 파이와 제온 프로세서 기반의 HPC 시스템을 도입한 고객이 과학 계산용 애플리케이션을 병렬화 또는 다중동시연산화(벡터화)해 최대한의 성능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교육 과정이다.

KISTI는 현재 설치돼 있는 IPCC를 통해 나노스케일 모델링 연구에 활용하고 있으며, 오는 6월부터는 추가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 2월에 아태지역 첫 번째 파트너로 대한컨설팅를 선정, 코드 최적화 교육을 진행 중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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