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700MHz 통신분배 본격화…한국만 ‘딴 소리’ 심화
- 미방위 주파수소위, 국회 방송 몫 더 늘려야…통신, 사실상 광대역 서비스 불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전 세계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방송이 700MHz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와는 다른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국회는 사실상 방송에 700MHz를 다 주는 방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이 ‘통신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5개 채널 각각 30MHz폭을 주는 안이 제기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KBS1·2 MBC SBS에 700MHz 4개 채널을 주고 EBS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주파수를 할당하는 ‘4+1’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EBS는 물론 교육단체까지 ‘EBS 차별’이라며 반대했다. 방송사는 원래 9개 채널용 700MHz를 달라고 하고 있다. 방송사는 초고화질(UHD) 방송 탓에 700MHz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700MHz 주파수(108MHz폭)는 재난안전통신망 용도(20MHz폭)를 제외한 88MHz폭 중 40MHz를 통신에 나머지를 방송에 주기로 정해져 있었다.
이날 나온 안은 EBS의 반발과 다른 방송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성격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주파수소위 위원장은 “방송사의 9개 채널 요청에 대해 통신과 상생하고 동반 발전하기 위해 방송이 일정부분 양보해야 할 부분이 있다”라며 “EBS까지 포함 5개 방송사에 UHD채널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통신에 대한 수요보다 방송이 양보를 했으니 우선권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원 의원은 “미래방송시장에서 UHD가 매우 중요한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며 “그래서 700MHz를 UHD로 지상파 방송에 우선 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방송에 5개 채널을 분배하면 통신은 광대역 서비스가 불가능한 주파수 대역이 남는다. 4배 빠른 롱텀에볼루션(LTE)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또 국내만 700MHz를 제대로 쓰지 못해 로밍과 장비 및 단말기 수급 등 국제 통신 환경과 괴리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데이터 사용량 증가 추세에도 맞지 않다. UHD 방송은 지상파 직접 수신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 방송 시청자는 대부분 유료방송 이용자다. 무선 통신 서비스는 주파수가 없으면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품질이 떨어진다. 전체 통신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부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전체 산업을 생각하면 700MHz를 통신에 모두 줘야 합당하다.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방송사와 정치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후환이 무섭다.
방송통신위원회 이기주 상임위원은 “지상파에 5개 채널을 주면 통신은 30MHz밖에 쓸 수 없다”라며 “30MHz를 가지고는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광대역을 보장하기 어려워 국제 표준과 추세에 맞지 않다”라고 정치 논리보다 산업 발전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부 최재유 제2차관은 “통신 트래픽이 80%를 넘으면 위험 수준인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넘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EBS 직접 수신 가구가 안테나를 설치하면 118만 정도 된다. 정부 예산으로 안테나 설치하면 수신하는데 문제없이 할 수 있다”라고 4+1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는 700MHz에 대한 통신 할당이 시작됐다. 독일은 주파수 경매를 마쳤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경매가 종료됐다. 독일은 700MHz 경매를 마친 유럽 첫 사례다. 프랑스는 주파수 경매 계획을 공고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연내 할당 원칙을 천명했다.
한편 이날 방송이 쓰고 있는 3.5GHz 주파수를 조기에 통신에 넘기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700MHz 방송할당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주파수 경매 자체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그대로다.
최 차관은 “빨리 용도 결정을 해서 경매할 것은 경매를 해야 한다”라며 “경매를 한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1년 이상 장비 설치도 해야 한다”라고 정책 결정 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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