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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과 동떨어진 세계최초, 700MHz 갈라파고스 현실화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황금주파수 700MHz 용도가 결정됐다. 지상파 방송사에 총 5개 채널(30MHz폭), 이동통신(40MHz폭)을 비롯해 공공안전용인 재난통신망(20MHz폭)까지 총 3개의 서비스가 700MHz 한 지붕안에서 살게 됐다.

정부는 6일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해 5개 채널을 할당하는 방안을 국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 보고했다. 정책소위에서도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비춰, 700MHz 주파수 할당논의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할당논의는 일단락 됐지만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정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예측 불가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와는 다른 행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파수 효율적 이용이나 성공적 정책으로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계가 외면한 700MHz 지상파 할당, 우리나라만 표준화 이탈=정부의 정책에 국회가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700MHz 주파수대역에서는 이동통신, 공공용(재난통신망), 방송(지상파UHD) 등 3개 서비스가 이뤄지게 됐다. 이동통신용과 공공안전용으로 700MHz 주파수를 할당한 국가는 있지만 지상파 방송용으로 할당한 나라는 아직까지는 없다. 세계 최초로 3개 서비스를 한 700MHz 대역에서 제공하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공공안전용으로 24MHz를 분배하고 나머지는 상업용으로 경매를 통해 할당한 바 있다. 각계의 요구에 주파수 정책이 파편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이지만 UHD 용도를 위해 지상파 방송용으로 할당하지는 않았다.

좋게 말하면 세계최초, 선도적 결정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표준화 미준수로 볼 수 있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도 "(700MHz) 중간에 3개 방송 채널을 사용하는 것은 국제적 표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 700MHz를 대부분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거나 할당할 계획인 까닭은 국제적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장비, 단말기 등에서 국제표준을 준수해야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주파수나 기술표준화에서 이탈한 적 있는 LG유플러스의 경우 LTE 시대에 들어서야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박덕규 목원대 교수는 최근 주파수 토론회에서 “글로벌 주파수 조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700MHz를 방송에 할당하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남 충북대 교수도 “어느 나라에서도 700MHz를 방송으로 할당한 곳은 없다”며 “우리만 700MHz를 할당할 경우 갈라파고스 신세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공세에 뒤집어진 정부 주파수 정책=이번 주파수 할당정책으로 얻은 타이틀은 전 세계 최초의 700MHz 주파수를 통한 지상파 UHD 방송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UHD 방송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류 등 국내 지상파 콘텐츠의 해외진출 확대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상파 콘텐츠의 한류 열풍과 지상파를 통한 방송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 비율은 6.8%에 불과하다. 주파수 보유 여부와는 상관없이 전 세계 방송 콘텐츠는 HD에서 UHD로 자연스럽게 진화할 수 밖에 없다.

지상파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게 됐지만 얼마나 많은 가구가 혜택을 볼 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은 차상위 계층 등 소득이 낮은 소외 계층도 UHD 방송을 무료로 시청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50인치 이상 화면에서야 특장점을 알 수 있는 UHD 콘텐츠 특성상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의 무료 시청권은 보장됐지만 반대로 많은 통신 이용자의 원활한 서비스 이용은 그만큼 어려워진 셈이다.

정부가 정치권 논리에 휘말려 정책 뚝심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미래부는 “지상파 UHD 방송과 이동통신 상생을 위해 주파수를 균형 분배했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최종점은 당초 정부가 그린 그림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700MHz 이동통신 활용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래부가 탄생하기 이전 방통위에서도 700MHz 전체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할 계획이었다. 글로벌 표준은 기본이었고 이용자 후생 측면에서도 통신의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된 정치권의 지상파 할당 주장에 4개 채널을 배분 결정을 내렸고 이번에는 보호대역을 줄여서라도 1개 채널을 추가로 마련해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700MHz 주파수 정책이 이렇게 마무리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너무 정치권, 지상파 방송사 눈치만 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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