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운영까지 문제투성이…재난망 사업, 예산에 또 ‘발목’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재난통신망 사업이 다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0년 넘게 반복되던 예산 논란과 불투명한 사업 추진 방식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지방조달청은 지난달 24일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시범사업 감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국민안전처 요구로 곧바로 철회가 이뤄졌다. 감리대상 사업인 평창 및 정선·강릉 시범사업자 선정 작업과 동시에 이뤄져야 하지만 조달청 실수로 감리사업만 공고가 이뤄졌다는 것이 안전처 설명이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비춰졌지만 시장에서는 재난통신망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안전처 내에 검증팀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논란 중 핵심은 예산, 세부적 추진 방식 등이다.
당초 시범사업은 470억원 규모였지만 436억원으로 삭감됐다. 통신업계에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본사업 수주를 위한 투자로 볼 수도 있지만 전체 사업 예산 역시 1조7000억원으로 상당히 빡빡한 수준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보통 국책사업의 경우 예산 삭감을 고려해 조금 부풀리지만 재난망의 경우 처음부터 상당히 타이트하게 예산이 설정됐다”며 “여기에서 또 삭감돼 결과적으로 위험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사업 예산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지만 사업자들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 것”이라며 “정보화전략계획(ISP) 때는 괜찮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말들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난통신망 사업에는 네트워크 구축비에 9241억원, 향후 10년간 운영비 7728억원 등 총 1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존 이동통신 3사의 구축 사례나 제4이동통신 예비 사업자들의 계획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강릉, 평창, 정선의 경우 총 205개의 기지국이 설치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정도 물량으로는 제대로 된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통사들의 경우 해당지역에서 1600여개 수준의 기지국을 설치했다. 8분의 1 수준인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1만1000개소의 기지국이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ISP를 통해 나온 이 숫자는 사실상 통신 신호가 연결되는 커버리지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대로 된 통신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구축시 셀플래닝을 해야 하는데 재난통신망 ISP에서는 도심은 800미터, 시골은 5킬로미터 등을 기준으로 측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셀플래닝은 단순히 면적 뿐 아니라 건물의 두께, 나무 수, 산이나 하천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실제 트래픽 발생에 따라 또 달라진다”며 “1만1000개 기지국은 단순히 지도보고 신호가 도달하는 거리를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지국 디지털신호를 처리하는 DU(Digital Unit) 숫자인 줄 알고 곱하기 3~4 하면 초기 투자 수준은 얼추 맞추겠구나 생각했지만 RRH(기지국) 수라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며 “예산에 맞추다보니 그 숫자가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통신을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거나 이통3사의 상용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참고로 이통사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10만개 안팎의 기지국을 설치했다. 이처럼 부실한 초기 투자를 감안하면 이통사 상용망 활용은 필수지만 이통사들의 상용망 이용대가는 예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통사들은 리스크 감수를 우려해야 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비용 투입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1조7000억원으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망이 구축된 이후 제대로 사용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지 알 수 없다”며 “안전처가 시범사업 발주를 미루는 이유도 이 같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신중해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안전처 관계자는 “조만간 사전규격을 공개하고 이달 중으로 시범사업 발주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내년 2월말로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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