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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합병은 위헌” vs. 삼성 “위헌·위법 소지 없다”

이민형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과 관련 “합병은 위헌, 위법 소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13일 서울고법 민사25부(부장판사 최완주) 심리로 열린 엘리엇의 총회소집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삼성물산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앤장은 “신청인(엘리엇)이 주장하는 합병비율 불공정에 대한 부분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특히 추가로 제출한 ISS 보고서의 경우 마치 짜맞춘 것처럼 신청인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ISS가 지적한 사안은 모두 적법한 법률에 의거해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달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오는 17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 대한 소집 통지와 주총에서 합병 승인 결의를 금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엘리엇은 가처분 선고에 항고했다.

이날 열린 항고심에서 엘리엇은 원심의 판결을 뒤집는데 주력했다. 원심에서 주주제안권이 인정되지 않은 점이 위헌이란 주장도 했다.

엘리엇측(대리인 법무법인 넥서스)은 “상법 13절 제542조의2제2항에 ‘이 절은 이 장 다른 절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선적이라고 하는 것은 ‘1차’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다른 선택(2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상법 제363조의2제1항에 따라 주주제안권 등의 행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장사 특례조항인 상법 제542조의6제2항으로 인해 유지청구권 행사가 제한됐다. 엘리엇은 올해 2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해 상법상 보유기간이 6개월에 미치지 못한다. 원심 재판부에서도 상법상 특례조항에 따라 주주제안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가처분을 기각한 바 있다.

엘리엇측은 “특례조항은 경영진을 보호하거나 불평등하게 적용할 근거가 없다. 우선적으로 적용하라는 것은 다른 것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1차 선택에서 끝난 것으로 양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우선적’이라는 것이 ‘선택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신청인의 취지로 알겠다”고 전했다.

또 엘리엇측은 국제의결권서비스(ISS: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글래스루이스(GlassLewi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의 보고서를 근거로 합병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측은 “ISS는 제일모직 가치가 고평가 돼 있다며 합병비율을 1.2:1(삼성물산:제일모직)이 적정하다고 판단했으며, 미국 투자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원심의 판결을 조목조목 들며 합병의 위법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삼성물산측은 “ISS는 마치 짜맞춘 것처럼 신청인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둘의 이해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며 “ISS가 지적한 사안이 있더라도 적법한 법률에 의거해 진행됐다. 이번 합병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실시됐다.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합병비율과 관련 엘리엇측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회계법인의 보고서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일부 항목을 누락하고 변조해서 제출했다”며 “삼성물산의 주가가 의도적, 비정상적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하나 다른 건설사도 하향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측은 “엘리엇이 악의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어 항고를 기각해야 한다”며 “합병건은 제도의 설계, 취지 등을 볼 때 위헌 소지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예정된 17일 전까지 항고심 결론을 낼 예정이다. 우선 14일 오후 2시에 항고심 심리가 다시 열린다. 이날 엘리엇이 KCC를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항고심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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