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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게임즈는 어떻게 국내 최고가 됐나

이대호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사업이 잘되니 나왔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사진>은 15일 구로동 지밸리컨벨션홀에서 개최한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etmarble Together with Press, NTP) 행사에서 그동안 좀처럼 외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다가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날 방 의장은 “넷마블은 진정한 (모바일게임 시장) 1등이 아니다. 과정상의 1등”이라며 자세를 낮췄으나 표정과 몸짓에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방 의장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1분기 넷마블은 매출 2034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의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넥슨에 이어 업계 2위로 평가받는 엔씨소프트를 제쳤다. 올 2분기 실적은 지난 3월 출시된 레이븐의 폭발적 흥행에 힘입어 1분기 대비해서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레이븐이 국내 서비스 99일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사상 최단기간 1000억 매출 기록이다. 마블 퓨처파이트의 글로벌 성과까지 감안하면 분기 최대 실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는 올해 ‘글로벌 진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대한민국 게임이 이대로 가면 설 자리가 없다”며 위기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방 의장은 넷마블이 모바일게임 경험이 풍부하고 준비 중인 라인업도 많아 외부에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NTP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또 회사 전략을 공유하지 않고 가게 되면 언론에서 의도를 달리 해석할 수 있어 먼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2013년도까지 목숨 걸고 일했다”=방준혁 의장은 지난 2011년 CJ그룹의 요청을 받고 넷마블에 복귀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넷마블은 몇 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31종의 게임을 출시했는데 이 중 1종(SD건담)만 중박 정도의 성공을 기록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런 가운데 2011년엔 핵심 매출원인 서든어택의 재계약까지 결렬된다. 방 의장은 당시 사내 분위기에 대해 “무력감마저 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2013년도까지 욕 많이 했다. 목숨 걸고 일해라. 성과를 내는 사람이 리더다”라며 경영진을 다그친 예를 들었다. 자신도 일주일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집에 들어가면서 일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방 의장은 “저뿐 아니라 많은 리더들이 열심히 일했다. 많은 구성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목숨 걸고 일하는 시기는 지났다. 작년 3분기부터는 전략적으로 일하는 회사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체제를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입장이다. 진입이 늦으면 사업 전개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스피드다. 늦으면 끝난다. 전략이 명확해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바쁘게 움직였던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또 경영진에게 직접 게임을 해볼 것을 주문한 사례도 언급했다. 경영진이 게임을 알아야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게 방 의장의 지론이다.

방 의장은 “복귀하고 나서 보니 경영진들이 게임을 잘 안하더라. 게임을 잘 모르니 프로젝트를 얘기하다보면 뒤로 물러나있었다”며 “그래서 모든 경영진들에게 게임을 해라, 게임으로 얘기할 수 없다면 나가라, 직접 빌드를 확인하라, 그리고 나서 나랑 얘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넷마블 모바일게임 성공 인프라는 무엇=방 의장은 넷마블의 중요 사내문화로 ‘소통’을 들었다. 그는 “사원에서 경영진까지 소통한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구성원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방 의장은 “경영회의와 전사회의를 사내 커뮤니티를 통해 항상 공개하고 상사의 일방적 평가가 아닌 옆부서 동료들까지 다면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발표에 나선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모바일게임 성공 전략의 첫 번째로 트렌드 포럼을 소개했다. 최고경영자부터 사원까지 모두 참여하는 회의다. 말 그대로 트렌드를 공유하기 위해 포럼을 연다. 이 포럼의 결과물이 마구마구2013과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이다. 모두 주력 캐시카우 게임들이다.

권 대표는 또 주기적인 제품생애주기(PLC) 전략 수립도 지금까지 성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주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감으로 운영하지 않고 데이터 분석과 지표를 통한 운영을 하고 있다”며 “유저 니즈기반의 업데이트가 장기적으로 PLC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PLC 사례로는 모두의마블 월 사용자(MAU)가 하락할 당시 이 같은 전략 수립을 통해 반등했던 경우를 소개했다. 세븐나이츠도 PLC 전략 수립을 통해 지표상승을 일궜다. 두 게임 모두 최장수 모바일게임 반열에 올랐다.

넷마블게임즈 경영진과 주요 개발자회사 대표들
넷마블게임즈 경영진과 주요 개발자회사 대표들
◆“글로벌 경영 채비에 최소 4000억 필요했다”=방 의장은 지난해 텐센트로부터 5억달러 투자를 받고 CJ E&M에서 계열분리 후 독립경영에 나선 것에 대해 “글로벌 경영 채비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J E&M 내에선 증손자법 규제 때문에 지적재산권(IP)과 판권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웠던 것이 이유다.

그는 “당시 넷마블이 CJ E&M에서 독립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 최소 4000억원이었으나 국내 많은 회사들과 접촉해도 어디에도 그만큼의 자본을 가져올 수 있는데가 없었다. 최대 2000억원이 한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방 의장은 중국 텐센트와 세계적 기업 2군데와 연결돼 고민을 하다 중국에서의 강력한 파트너십과 현지 진출을 위해 텐센트로부터 투자유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넷마블은 글로벌 서비스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IP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미 마블 IP 기반의 모바일게임 ‘마블 퓨처파이트’는 글로벌 출시를 이뤘다. 엔씨소프트와의 IP 제휴는 리니지2 기반의 모바일게임 ‘프로젝트S’로 첫 선을 보일 계획이다.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현재 ‘모두의마블 디즈니’도 준비 중이다.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보드게임으로 전 세계를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스톤에이지 게임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의 신작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또 방 의장은 대형 인수합병(M&A)도 예고했다. 그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핫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계약서상 말할 수 없으나 북미 서구권 진출을 위해 좋은 회사를 M&A하게 될 것 같다. 2,3주 후 발표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개발자회사 IPO는 미뤄=앞서 넷마블은 유명 개발자회사 3곳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넷마블몬스터, 넷마블엔투, 넷마블넥서스가 주인공들이다.

그는 “성장 개발자회사의 글로벌 개발사 도약을 위해 원래 3분기 정도에 IPO를 시킬려고 했으나 미뤘다”며 “IPO한 회사를 보니 주가가 들쑥날쑥하고 시장에서 혼란을 겪는 것 같아 단순히 자금을 갖고 오는 게 아니라 주주와의 관계를 잘 형성하려면 안정된 기반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일단 탄탄한 라인업 2,3개를 갖출 때가지 IPO를 미루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첫 IPO를 진행할 개발자회사는 넷마블엔투가 유력하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모두의마블 디즈니’이 이르면 10월에 나온다. 스톤에이지 모바일게임은 내년 1,2월경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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