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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업계 춘추전국시대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하루에도 새로운 나라가 생기고 멸망할 만큼 전란이 극치에 달했던 춘추시대에 이어 어느 정도 패자의 윤곽이 드러나고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까지의 전국시대를 합쳐 일컫는 말이다. 각지의 군웅이 할거했고 서로 승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던 엄혹한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 게임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춘추전국시대에 견줄 만한 치열하고도 변화무쌍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또 한번의 업계 경쟁 구도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도약을 노리는 유수의 업체들이 제각기 준비한 야심작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네오위즈게임즈가 올 하반기 대형 온라인게임 ‘블레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회사 측이 블레스에 ‘올인’했다고 표현할 만큼 제작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인 게임이다. 지난 수년간 사세가 많이 기운데다 최근 선보인 액션게임 ‘애스커’의 초반 반응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블레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상황이다.

엑스엘게임즈도 비슷한 처지다. 국내 1세대 스타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회사로 올 연말 두 번째 온라인게임 ‘문명온라인’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키에이지’ 외 매출원이 전무해 작년 말 기준 자본잠식을 기록한 바 있다. 조만간 시작될 아키에이지 중국 상용화와 함께 문명온라인의 흥행에 엑스엘게임즈의 사운이 달렸다.

‘쿠키런’의 흥행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데브시스터즈는 올 연말 후속작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쿠키런 단일 게임에 의존한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 회사의 최우선 과제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0억원으로 적자전환한 터라 후속작의 성공이 절실하다.

PC패키지게임 시절부터 이름을 알린 소프트맥스도 회사 명운을 걸어야 할 시기를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이 3996만원에 그쳐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하반기 출시할 ‘트레인크래셔’와 ‘주사위의 잔영’ 등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온라인게임 ‘창세기전4’의 2차 테스트 결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여러 업체가 한꺼번에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은 흔치 않다. 또 한번의 시장 재편이 예상되는 이유다.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대다수 업체들이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은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경영 환경에 놓여있다.

진나라는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하고 전국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게임 시장에서도 과연 진나라가 나올 수 있을까. 최근 게임업계 내에서 선두 업체들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상황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임 시장은 한 업체가 천하통일을 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 업체마다 개성이 다르고 여기에서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 속에서 혁신이 나오기도 한다. 게임 시장만큼은 전국시대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하반기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던지는 업체들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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