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단통법1년②] 수그러들지 않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론, 누가 왜 제기하나

윤상호
- 상한제 폐지보다 출고가 인하 먼저…제조사 등 소비자 핑계 ‘딴 속셈’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단말기유통법 1년. 법은 여전히 논란에 휩싸여있다. 논란의 중심은 지원금 상한제다. LG전자와 유통점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일부도 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 탓에 소비자는 물론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원금 상한제는 고가 지원금과 고가 요금제 연계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했다.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로 정한다. 25~35만원 범위에서 결정한다. 단 출시한지 15개월이 지난 기기는 제외다. 상한액은 30만원으로 출발해 지난 4월 33만원으로 한 차례 조정됐다.

고가폰을 고액 지원금을 받아 구입하는 구조는 비정상이다. 지원금만큼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동안 시장이 이렇게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통신사 제조사 유통점의 이익이 우선돼서다.

제조사는 높은 가격에 제품을 내놓아야 매출이 올라간다. 지원금은 높을 때도 낮을 때도 있다. 즉 비용이 들어갈 때는 이익이 줄지만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때는 이익을 늘릴 수 있다. 판가를 낮추면 이 기회가 없어진다. 통신사는 고액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키거나 위약금을 무기로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유통점은 고가 제품과 고가 요금제 가입자 유치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소비자는 주로 번호이동을 자주하는 이다. 최신형 고가폰을 쓰는 대신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새 빚이 늘어난다. 위약금이나 남은 할부금은 빚이다. 하지만 번호이동 고객이라고 모두 최대치의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이 중에도 등급이 있다. 등급이 높은 이는 폰을 매각해 이익을 내기도 한다. 소위 폰테크다. 번호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고스란히 손해다. 때문에 지원금을 두고 집토끼가 산토끼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이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단말기유통법 발단이 됐던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제조사 리베이트 건이 단초다. 즉 상한제 폐지는 다시 제조사 유통점 통신사가 소비자를 속여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로 작동할 확률이 크다.

지난 2012년 3월 공정위는 통신 3사와 국내 휴대폰 제조 3사에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혐의로 총 45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 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에서다. 출고가 부풀리기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44개 모델에 공급가 부풀리기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09개 모델에 적용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 리베이트 집행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 판매 대리점에 지급한 리베이트가 8018억원이라고 지적했다. 9개월 동안 8018억원이면 한 달 평균 890억원이다. 연간 1조원이 넘는다.

한편 지원금 논란을 막기 위해선 투명성을 보다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단말기유통법 옹호 측의 주장이다. 단말기유통법 제정 과정에서도 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지원금을 각각 고지하는 분리공시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반대해 빠졌다. 영업비밀이라는 근거를 댔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에도 감춰진 제조사의 돈이 1조원이다. 이만큼 출고가를 내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아니면 1조원을 어떻게 뿌리는 지라도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 소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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