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불모지 일본…네이버 ‘라인’이 역사를 쓰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네이버가 일본에 진출한지 15주년을 맞았다. 네이버는 설립 2년 차에 글로벌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일본에 네이버재팬을 세웠다. 기개는 좋았지만 험난한 현실을 넘어서지 못했다.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법인을 철수하는 아픔을 맛봤다. 네이버만 실패를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일본 시장은 넘지 못한 벽으로 남아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일본 가전시장에서 철수했고 주력제품인 스마트폰은 삼성 로고 대신 ‘갤럭시’ 브랜드로만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사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던 롯본기 사옥을 매각한다고 발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세를 일본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2001년부터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했으나 일본 시장만의 특성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결국 2009년 자동차 판매 철수를 단행하게 이르렀다. 현대자동차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 시장에 판매한 자동차는 총 1만4000여대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2007년 11월엔 네이버재팬을 다시 설립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업체와 다르지 않았다. 진출과 철수, 재진출을 거듭했던 것. 차이점이 있다면 단순히 서비스를 계속해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를 철저하게 따르는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글로벌 메신저 앱 ‘라인’은 현재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라인의 일본 성공 이유는 현지화를 통한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진출하자마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일본 이용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우선 대부분의 대기업이 해외 진출시 한국인을 현지에 파견해 사업을 일구던 방식에서 벗어났다. 일본 법인의 직원 대다수를 현지인으로 구성하는 등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갔다.
일본은 원래 ‘휴대폰 대국’이라 불리기도 했듯 피처폰이 다른 나라보다 진화된 시장이었다. NTT도코모가 시작한 ‘i-mode’를 비롯해 유료 콘텐츠 플랫폼이 일찍이 정비되어 있었다. 모바일 콘텐츠 이용에 관한 이용자의 지식 및 경험치가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된 라인은 당초 기대보다 더 빠르고 널리 확산됐다.
이른바 ‘케이타이 문화’라는 게 있어 이모티콘이나 데코메일과 같은 문화가 존재했었고 라인은 이러한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스티커’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라인은 출시 이후 일본 이용자로부터 ‘예전의 이메일은 제목 입력과 같은 귀찮은 과정이 있었지만, 라인은 텍스트도 입력할 필요 없이 스티커만으로 간편하게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친구, 가족과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반응을 얻으며 급속하게 성장했다. 행정기관에서도 라인을 활용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2012년 10월부터 일본 내각 관방 홍보실은 라인 친구에 각종 정책 정보와 총리 관련 정보를 보내고 유사시에는 재해 관련 정보를 빠르게 전파하는 채널로도 활용하기 위해 라인에 계정을 개설하고 활용하고 있을 정도였다.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인의 필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자리 잡은 라인은 여기서 나아가 생활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점포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라인앳 ▲콜택시 서비스 라인 택시 ▲배달 서비스 라인 와우 ▲간편결제 플랫폼 라인페이 등 생활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라인 게임, 라인 뮤직 등의 서비스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한편 네이버는 일본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의 비즈니스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체 매출의 35%까지 해외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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