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움직인 삼성, 교보…한화생명 차세대 IT는 언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올해초 삼성생명에 이어 최근 교보생명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주사업자 선정에 본격 착수하면서 생보 빅3의 한축인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의 행보에도 점차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타 금융업종과 마찬가지로, 보험업계에서도 경쟁사에 뒤지지 않기위해 차세대시스템을 포함한 신시스템 구축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생보 빅3로 묶여지는 이들 3사는 전통적으로 이러한 경쟁의식이 더욱 강하다.
삼성, 교보와 마찬가지로 한화생명도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왔다. 한화생명은 이미 4~5년전부터 차세대시스템 추진을 위한 ISP(정보화전략계획)을 포함한 다양한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다만 치밀한 사전준비와는 다르게 프로젝트 착수 시기는 특정되지 않고 계속 미뤄져왔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생보 빅3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업 문화다. 삼성생명이 올해초 차세대시스템에 착수했을때, 금융IT업계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교보와 한화생명도 곧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생보 빅3간의 경쟁의식을 감안한 예측이었다.
앞서 삼성생명은 올해초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1561억원 규모의 계약을 삼성SDS와 체결했다. 삼성SDS는 올 2월말부터 사업에 착수해 오는 2017년까지 26개월간의 일정으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프로젝트 착수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지난 4일 주사업자 선정을 위한 RFP(제안요청서)를 공개한 만큼, 연내 주사업자 선정및 내년초 착수가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프로젝트 기간을 30개월(안정화기간 제외)로 잡았으며,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올해 만료예정인 IBM과의 IT아웃소싱 계약을 3년간 연장했다. 따라서 내년초 예정대로 교보생명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예상했던 일정대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된다면 2018년 중반부터는 자바 - 유닉스기반의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화생명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내년 중순쯤, 빠르면 내년 2분기에 발주될 것이란 예상이 높다. 생보 빅3중에서 다소 한화생명의 행보가 더뎌보이는 것은 한화생명 내부의 사정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9월,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김연배 부회장이 물러나고 차남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지난 1968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그룹내 대표적인 원로로 분류되는 김연배 부회장(사진)은 2014년8월 한화생명 공동대표직을 맡은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과 함께 PI(프로세스 혁신)작업을 진두지휘해왔고 성과도 좋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차세대시스템을 포함한 IT혁신 작업도 김 부회장의 업무분장으로 분류돼 검토돼 왔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공식 발주하기위해서는 사전에 치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는 전적으로 대표이사의 몫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차 대표가 차세대시스템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추진 방향이 구체적으로 설정됐다고 하더라도 한화생명은 핵심 코어 인슈어런스(Core Insurance) 솔루션에 대한 POC 및 BMT를 가져야하는 만큼 지금부터 내부적으로 준비하더라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하는데는 최소 7~8개월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처럼, 차세대시스템에서 자바(JAVA)환경을 전폭적으로 수용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코어 인슈어런스 플랫폼에 대한 사전 컨설팅은 생각보다 길어질수도 있다.
한편으론 우리은행, 교보생명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내년에 본격적인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섬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간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사업 일정을 잡는데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LG CNS, SK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화그룹 IT계열사인 한화S&C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동일한 선상에서 한화S&C도 한화생명 차세대사업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화생명은 지난 2000년 (당시는 대한생명이던 시절) IBM 메인프레임에서 탈피해 유닉스 기반의 개방형 전산환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이후 NK21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등 전통적으로 IT부문에서는 혁신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물론 NK21 프로젝트가 매끄럽게 진행되지못해 당시 주사업자측과 지체상금의 문제로 소송까지갔지만 이는 훗날 한화생명이 대형 IT프로젝트 관리에 유독 철저해지게된 배경이 된다. 이같은 기업문화도 한화생명의 차세대 프로젝트 일정이 잡히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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