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가만난사람] 시각장애인도 스마트시계를…닷 성기광 이사

윤상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청각과 촉각으로 사물을 판단해야 하는 이들. 시각장애인에게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는 불친절한 도구다. 매끈한 터치스크린은 더더욱 그렇다. 전 세계 시각 장애인은 2억8500만명. 전 세계 시각장애인이 똑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해결책은 없을까. 이들을 위한 스마트시계를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 중이다. 내년 초 시판이 목표다. 주인공은 ‘닷(dot)’. 시각장애인용 글자 ‘점자’에서 따온 점(點)이 회사 이름이다.

“시각장애인은 정확한 시간을 알기도 쉽지 않아요. 시침과 분침을 만져 시간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점자 스마트시계가 있다면 정보단말기와 시계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니즈(Needs)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닷의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성기광 이사<사진>의 설명이다. 닷은 작년 8월 도전을 시작해 올 4월 법인을 설립했다. 김주윤 대표와 주재성 디자이너 26살 친구 3명으로 출발해 11명까지 인원이 늘었다. 제품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그리고 일반 글자를 점자로 변환해주는 데이터베이스(DB)까지 각각의 전문가가 모였다.

이들이 만든 시제품은 삼성전자 ‘기어핏’과 닮았다. 터치스크린 화면 대신 6개의 점으로 이뤄진 4개의 유닛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점자는 세로 3점 가로 2점 총 6개의 점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24개의 점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64개의 점형을 만든다. 24개의 모터를 저전력으로 구동하는 것이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시계의 핵심기술이다.

“스마트시계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요. 아날로그시계인데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똑똑한 시계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1차적인 기능은 시각장애인에게 정확한 시간을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간단한 점자학습과 알림, 전화가 왔을 때 전화기에 찍힌 상대방 이름을 전달해주는 기능 등을 구현했습니다.”

닷의 첫 번째 타깃은 한국과 북미 등 영어권 국가다. 한글과 영어 DB는 구축 완료 단계다. 일반 글자를 점자로 변환하는 시각장애인용 앱을 개발하는 이를 위한 오픈소스가 있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보완하는 작업에 신경을 썼다. 들으면 들을수록 스타트업이 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이디어 밖에 없을 때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 3기에 뽑혀 초기 창업지원금과 행복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게 됐습니다. 이후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게 됐지요. 해외 진출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 소개도 받을 수 있었고요.”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 중이다. 브라보 리스타트 졸업을 앞두고 11월 가산동에 둥지를 마련한다. 핵심기술을 담은 모듈은 직접 생산할 생각이기 때문에 큰 공간이 필요했다. 홈페이지(http://dotincorp.com)에서 예약주문 접수도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소셜펀딩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한 클라우드 펀딩을 기획하고 있다.

“보다 많은 이를 위한 기기가 목표기 때문에 200달러 후반서 300달러 초반, 부담없이 선물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선주문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점자도서관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구비하고 있는 책의 수준이 다르다. 성경 1권을 점자로 변환하면 22권이 된다. 필요한 예산이 만만치 않다. 점자정보단말기가 있지만 가격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없는 물건이다. 닷의 스마트시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도 대기업도 하지 못한 일을 닷이 해낼 수 있을까. 승부처는 제품의 완성도다. 내년이 기다려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