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반도체 빗장 푸는 대만…투자제한 해제 논의
대만이 내년 총통 선거 이후 중국의 반도체 투자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경제부 덩전중(邓振中) 장관은 국제 경쟁과 중국 시장을 고려해 “조건이 있는 공격적인 주식 투자의 허용을 계획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중국 자본의 투자를 더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만은 파운드리와 후공정과 같은 분야는 중국 자본을 받아들였으나 설계에서만큼은 보수적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중국이 자본을 앞세워 대만 반도체 인력을 흡수하면서 이런 노력에 금이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만 D램 업체 이노테라(华亚科)의 이사장이자 난야(南亚科)의 총경리역을 맡아왔던 까오치췐(高启全)이 중국 칭화유니그룹으로 이직한 사건이다.
까오치췐은 ‘대만 D램 산업을 일으킨 인물’이라고 평가될 만큼 상징성이 있다. 그는 칭화유니그룹에서 총 부회장 직급으로 D램 생산기지 구축 역할을 맡게 됐다. 대만 D램 산업의 기술과 경험이 고스란히 중국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정부가 중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력유출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보다는 더 낫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선에서만 허용되지만 던전중 장관의 발언처럼 공격적인 주식 투자를 허용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만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대만 반도체 업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합작을 하던, 하지 않던 간에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 업체는 많지만 합작의 효율과 결과는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대만 미디어텍은 중국 업체와의 협력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대만 정부의 계획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내년 1월 실시할 예정인 대만 총통선거에서 현 집권당인 국민당이 패배하고 야당인 민진당이 승리할 경우 중국 반도체 투자는 멀어질 수 있다. 민진당이 반중국 노선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대만 정부는 중국의 대만 반도체 업계에 대한 투자가 정권이양식(2016년 5월) 이전, 그러니까 만에 하나 민진당이 집권하더라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조속히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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