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결산/게임] 희비 갈린 온라인-모바일게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온라인 지고 모바일 뜨고’ 2015년 국내 게임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이다. 물론 리그오브레전드(LoL·롤)와 서든어택처럼 수년째 흥행 중인 온라인게임처럼 일부 예외는 있다.
그러나 신작 측면에서 본다면 세대교체가 활발한 모바일게임과 달리 온라인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고인 물’이 된 상황이다.
시장 성장세 역시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게임 시장은 전년대비 2.6%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 반면 같은 기간 모바일게임은 23.3%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시장 규모에선 온라인게임(5조6823억원)이 모바일게임(3조5916억원)에 아직 앞서고 있다.
◆대형 온라인게임에도 꿈쩍이지 않는 시장=올 한해 온라인게임 시장 최대 이슈는 넥슨의 간판 게임 메이플스토리 후속작 출시였다.
지난 7월 메이플스토리2의 등장에 따라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파장이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들어선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20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름값에 비해 성공적인 반응이라고 보기 어려운 성적이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의 ‘파이널판타지14’는 월정액제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PC방 점유율 20위권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시장 전반의 관점에서 보면 파이널판타지14도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애스커’와 최근 출시된 엑스엘게임즈의 ‘문명 온라인’도 흥행작으로 꼽기엔 모자란 감이 있는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올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성공한 신작은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모두 기존 온라인게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파괴력 있는 게임이 없었다는 얘기다. 흥행 기대치를 낮춰보면 메이플스토리2, 파이널판타지14 정도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 중인 게임이라고 꼽을 수 있다.
◆변화 끊이지 않는 모바일게임 시장=지난 3월,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이 모바일게임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출시 이틀째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5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까지 차지한 것이다. 국내 서비스 99일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쾌거도 이뤘다.
그러나 11월에 등장한 넥슨의 ‘히트’가 레이븐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른다. 흥행 기록도 갈아치웠다. 서버 오픈 나흘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까지 차지, 양대 마켓을 석권한 것이다. 히트는 지금도 매출 1위를 유지 중이다.
시장 선두뿐만이 아니다. 구글플레이 매출 10~30위에 걸친 중위권의 순위 다툼도 치열하다. 새 얼굴이 등장했다가 들어가고 다시 새로운 게임들이 올라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 중엔 장기 흥행작으로 남아있는 일부 게임도 있다.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바일게임 시장 1위 사업자 넷마블은 물론 내년엔 넥슨이 20여종의 신작을 들고 시장을 두드린다. 엔씨소프트도 내년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도 거세질 전망으로 내년에도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변화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다사다난’ 2015년, 넥슨-엔씨 경영권 분쟁 등 이슈 이어져=이처럼 올 한해는 ‘모바일게임 대세론’이 더욱 굳어진 시기였다. 시장 전반이 아닌 개별 업체들 이슈로 들어가면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하다.
우선 올해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가 마무리됐다. 넥슨이 지난 1월 엔씨소프트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공시를 내자 양사 간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엔씨소프트는 최종적으로 넷마블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 이후 경영권 분쟁이 소강상태에 빠졌고 넥슨이 올 10월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엔씨소프트 지분을 모두 털어낸다. 원·엔 환율이 양사 경영권 분쟁의 결자해지를 도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 한해는 넷마블이 업계 선두 그룹으로 확고히 자리를 굳힌 시기이기도 하다. 넷마블은 모두의마블과 세븐나이츠, 몬스터길들이기의 롱런에 이어 레이븐, 이데아, 백발백중 등 후속작까지 연달아 흥행을 성공시키면서 넥슨에 이어 업계 2위로 인식된 엔씨소프트의 분기 실적마저 제친다. 올해 1조원 매출 고지도 무난해 보인다. 업계에 ‘방준혁 의장’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해였다.
중국 바람도 거셌다. 웹젠의 ‘뮤오리진’이 대표적이다. 뮤오리진은 웹젠의 지적재산권(IP)인 뮤를 기반으로 중국 킹넷이 만든 게임이다. 중국에서 흥행에 이어 레이븐과 매출 순위를 다툴만큼 국내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넷마블의 ‘백발백중’도 중국 텐센트 게임이다. 매출 중위권으로 가면 중국산 게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내년에 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진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론 모바일게임의 시장 득세 뿐 아니라 가상현실(VR)게임이 주목받았던 한해였다. 전문가들은 모바일게임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 게임으로 VR을 점찍는 분위기다. 지금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황으로 VR게임 산업의 본격 개화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플레이스테이션VR 등 소비자용 VR 기기가 내년 출시를 앞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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