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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파생상품시스템, 이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구현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파생상품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금융사의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반의 시스템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통상 서버 및 PC와 같은 하드웨어에는 프로그램 명령어를 실행하는 일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장착돼있다. 이에 따라 상용 소프트웨어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은 CPU에서 처리되는 것을 전제로 개발된다.

하지만 최근 그래픽 처리장치 기반의 서버 등 관련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적 시뮬레이션 및 모델링, 엔지니어링, 렌더링, 데이터 마이닝 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는데 장점이 있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은 복합파생상품 개발을 위해 GPU 서버 도입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파생상품전문시스템 솔루션으로 뮤렉스(Murex)를 선정, 사용하고 있다. 뮤렉스 복합파생상품 평가모형 개발툴(UPL) 도입에 따라 GPU 서버 도입을 추진한 것.

산업은행 금융공학실 관계자는 “파생상품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계산량이 많아지면서 GPU병렬 컴퓨팅 도입으로 보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파생상품은 교묘하게 엮여있기로 유명한 금융상품 중에서도 대표로 꼽힐 만큼 복잡한 금융공학 상품이다. 수학적 분석도구를 이용해 위험을 분산하는 목적으로 탄생한 만큼 다양한 금융공학기법이 적용된다.

특히 파생상품이 연계돼 있는 선물, 옵션, 파생결합증권 등 천 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거래되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다만 기존 금융상품과 달리 다양한 변수를 적용,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 상품개발에 단점으로 지적된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쌍방간의 협정에 의해서 거래되는 금융 파생상품인 ‘장외파생상품’은 이를 처리하는데 많은 컴퓨팅 자원과 시간이 필요해 증권업계에서 일반적인 ‘실시간 거래’의 지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에 빠른 상품 개발과 이에 따른 리스크관리를 위한 성능관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병렬처리가 가능한 GPU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자본시장 IT기업인 코스콤은 지난해 GPU를 활용한 병렬처리 기술을 개발, 장외파생상품 업무처리시스템인 투자은행(IB)솔루션에 최초 적용하기도 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당시 개발된 기술로 10개 종목까지 파생상품을 개발해 봤다”며 “주문프로그램의 속도가 중요한 부분에 적용을 타진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파생상품시스템에 GPU 기술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이와 같이 속도가 생명인 자본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산 등을 중복해 계산하려면 GPU 계산 외에는 속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이미 증권사 들을 중심으로 일부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GPU 기반의 시스템은 일반적인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 아래서의 솔루션과 개발방법이 달라 별도 시스템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기존 파생상품 프로그램은 CPU 아키텍처에서 개발됐는데 CPU에서 자체 병렬처리를 지원하는 경우는 상관없지만 GPU 시스템 아래서는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병렬처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만큼 개발비가 추가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소 증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파생상품시스템의 경우 아웃소싱이나 자체 개발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심할 경우 전체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생긴다.

이번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파생상품솔루션인 뮤렉스에서 GPU 처리를 직접 지원해 큰 문제가 없지만 자체개발, 혹은 아웃소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의 경우 투자여력이 없는 경우 쉽게 GPU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GPU기반의 파생상품시스템이 주는 가치도 높다. 코스콤 관계자는 “GPU기반 서비스를 구축해 이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하려는 계획도 있었다”며 “속도가 주는 가치는 파생상품 등 시장에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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