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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딜레마…넷플릭스 열풍 과연?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말 태풍일까?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일까.

드디어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190여개 국가에서 7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인터넷 TV 서비스 사업자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유료방송 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심은 뜨겁다. 지상파, 유료방송 등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콘텐츠 사업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망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낙관론…VOD 한편 보는데 얼마인데

넷플릭스는 TV부터 휴대폰, PC, 태블릿 등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에서 시청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동영상을, 그것도 무제한으로 말이다.

넷플릭스 서비스 형태와 유사한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특정 시기가 지나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도 있지만 최신 콘텐츠나 대부분 인기 있는 연작, 영화 등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지상파 콘텐츠는 편당 1000원에서 인기 있는 일부 콘텐츠는 1500원이다. 몇편만 봐도 유료방송 한달 요금 1~2만원을 훌쩍 넘기 십상이다. 물론, 월정액 상품도 있다. 지상파 VOD 무제한 월정액은 1만4300원(부가세 포함), CJ E&M의 월정액은 1만1000원이다. 종합편성채널들도 3000~5000원 상품을 출시했다.

넷플릭스로 돌아와보자. 넷플릭스 요금은 3가지로 구성돼 있다. 1개의 디바이스에 접속하고 화질이 SD인 베이직 상품은 7.99달러(약 9600원), 동시접속 2대에 HD로 시청할 수 있는 스탠다드는 9.99달러(약 1만2000원), 동시접속 4대에 UHD상품까지 포함한 프리미엄 상품은 11.99달러(약 1만4300원)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지상파 VOD 월정액 상품보다 저렴한 것이다.

여기에 마블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 나르코스, 센스8, 그레이스 앤 프랭키, 마르코 폴로 등과 같은 자체 제작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31개의 신규 TV 시리즈와 시즌, 24개의 오리지널 장편 영화 및 다큐멘터리, 다양한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 30개의 오리지널 키즈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비관론…또 돈 내라고? 볼게 별로 없는데?

하지만 비관론의 핵심 요소도 가격과 콘텐츠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료방송 요금이 낮은 수준이다. 평균 유료방송 요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VOD 수입을 제외한 수신료 기반 가입자당매출(ARPU)은 케이블TV의 경우 평균 5079원, IPTV는 6967원이다.

넷플릭스 요금이 더 비싸지만 위에 언급했듯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무제한으로 반복해서 볼수 있는 VOD 관점에서 보면 나름의 가격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국내 유료방송은 저렴한 요금제에서도 상당한 VOD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지상파 및 주요 PP들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기존의 유로방송을 끊고 넷플릭스만 이용할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재 지불하고 있는 유료방송 요금에 추가로 1만원 남짓한 요금을 지불해야 할 만한 가치를 넷플릭스가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넷플릭스가 보여줘야 하는 가치는 바로 콘텐츠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국내 유료방송 VOD와 비교해 확실히 차별화는 있지만 보편적으로 많은 시청자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6월 국회서 열린 미디어 산업 토론회에서 성회용 SBS 미디어사업국장은 "한국에서는 몇 백억 들인 드라마도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소비하는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넷플릭스 할아버지가 와도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한국 콘텐츠는 철지난 드라마, 영화 등이다. 물론, 한국 콘텐츠를 보려 넷플릭스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상품 구성이 이뤄져야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 진출 선언과 함께 파트너를 찾고 있다. 유료방송사와 손잡고 서비스해 서비스 이용료 부담을 낮추고 부족한 콘텐츠를 메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파트너는 정해지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다소 과도한 수익배분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분명 넷플릭스는 태풍이 될 만한 자질과 역량을 갖췄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장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태풍의 위력이 겨우 찻잔에 머무를 수도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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