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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방송통신 M&A 대세…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

윤상호
- SKT, CJ헬로비전 M&A 방송통신융합 촉진…방송통신 공익성 및 경쟁 활성화 방안 마련 시급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학계가 재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역할은 향후 경쟁 활성화와 공익성 제고를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제언도 같았다. 또 방송과 통신의 성장정체 상황에서 M&A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M&A 후 중장기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6일 사단법인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글로벌 융합 환경 하에서의 방송통신 산업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는 1부 융합 및 글로벌화에 따른 방송통신 환경 변화 2부 M&A와 방송통신 시장의 경쟁으로 나눠 최선규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합병 허용 뒤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재검토 필요=윤석민 학회 회장은 “최근 뜨거운 주제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추진을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학제적 연구를 통해 다뤄보고자 했다”라며 “최근 수차례 이 문제로 토론회가 있었지만 사실과 데이터에 기초하기보다 일부 업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면에서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1부 발제자와 토론자는 ▲정윤식 강원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강재원 동국대 교수 ▲이문행 수원대 교수 ▲전범수 한양대 교수가 나섰다.

정윤식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허용하고 독일처럼 지상파를 합쳐 유료방송 점유율 30%를 상한으로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대신 결합상품을 규제하면 경쟁사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니면 결합상품을 팔더라도 케이블TV업계가 요구한 동등할인 등을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주정민 교수는 “M&A가 되면 채널 배치 주도권이 사업자로 넘어간다는데 M&A 후에도 점유율 1위는 KT며 채널 변경 등은 미래창조과학부 승인을 받아야한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결합상품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는 쟁점은 M&A 이전에 정부가 방송을 공짜로 끼워 팔지 못하도록 규제해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합상품 우려, 사후 규제로 제어 가능=강재원 교수는 “바람직한 방향은 유료방송은 3~4개 사업자가 전국 및 광대역화된 방송권역시장을 지배하는 규제된 시장 내 과점구조로 가는 것”이라며 “현재 33% 시장 점유율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방송법과 통신법 내 경쟁에 관한 법 규정을 강화 보완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이문행 교수는 “방송통신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자꾸 만들어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통신사업자가 M&A로 사업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보다는 콘텐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전범수 교수는 “사업자 합종연횡은 더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며 “방송과 통신 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잘 나가지 못하는 두 시장이 합친다고 새로운 파이가 생기겠는가. 지역 수준이 아닌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필요하다. 내수 장악에 머무른다면 현재는 통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합병 심사, ‘경쟁자’ 보호가 아닌 ‘경쟁’ 보호 위해 하는 것=2부 발제자와 토론자는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권남훈 건국대 교수 ▲윤충한 한양대 교수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소장 ▲홍대식 서강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영주 교수는 “경쟁 활성화와 공익성 제고를 위해 방송통신정책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유료방송사업자가 방송채널사업자(PP)에 주는 수익 분배 비중을 늘리는 등 지역 콘텐츠 제작 활성화 방안과 보편적 서비스 확대 방안을 도입해야한다”라고 설명했다.

권남훈 교수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때도 반대 쪽은 시장지배력 전이와 이동통신시장 지배력 강화를 주장했지만 상위사업자 점유율 하락과 하위사업자 점유율 상승 등 후발사업자 입지는 오히려 강화됐다”라며 “합병 심사는 경쟁자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A, ICT 산업 도움 논의 미흡=윤충한 교수는 “이번 M&A는 다른 모든 M&A와 같이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혼재해 있다”라며 “M&A 이전과 이후 가격 품질 기술혁신 시장집중도 등을 엄밀하게 계량적으로 분석해 우리나라 ICT산업 발전에 바람직한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일 소장은 “결합상품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 판단에 앞서 이번 M&A로 시장지배력 전이 개연성이 심화되는지 여부부터 판단해야할 필요가 있다”라며 “심화되려면 SK텔레콤이 잠재적으로 결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가입자군이 확대돼야하는데 이번 건은 헬로모바일 점유율만큼 증가하는 것이지 결합상품 판매 가입자군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홍대식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는 경쟁제한성 판단을 중심으로 한다”라며 “시장지배력 전이와 평가로서 경쟁제한성은 구별해야한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작년 11월 CJ헬로비전 M&A 추진을 발표했다. CJ오쇼핑으로부터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계획이다. 오는 4월 완료 예정이다. CJ헬로비전은 종합유선방송(SO)과 알뜰폰 점유율 1위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이 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미래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성사 여부가 결정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반대 입장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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