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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가 이통시장 영업익 독점?…회계처리 차이가 경쟁상황 왜곡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놓고 통신시장이 시끄럽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전이를 놓고 상반된 견해를 보이더니 영업이익 점유율을 놓고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KISDI가 발표한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SK텔레콤의 누적 영업이익 점유율은 무려 8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17.8%, LG유플러스는 0.2%에 불과했다. 2014년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의 영업익 점유율은 무려 107.2%에 달한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영업익이 32조에 달해 시장독점을 공고화하고 있다”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견고한 이익을 기반으로 충분히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기업의 경영성과인 영업이익은 전략 및 효율적 경영 여부에 좌우되는 만큼, 지배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KISDI 보고서의 영업익 산출근거와 현재 KT와 LG유플러스가 시행하고 있는 회계처리 방식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 독점도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SK텔레콤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의 높고 낮음은 시장지배력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며 “SKT의 높은 영업이익 점유율은 경쟁사의 과도한 영업이익 하락에 의한 착시효과로 시장지배력의 산물이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용처리 다른데 동일 잣대 적용?=KISDI 보고서에 대한 해석차이는 바로 회사별로 회계처리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바로 비용이다. 이동통신사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단말기 장려금이다. 단말기를 직접 유통하는 KT와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은 계열사인 SK네트웍스에서 담당한다.

문제는 단말기 장려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사 지원금의 경우 KT와 LG유플러스는 모두를 영업비용으로 처리해왔다. 또한 다시 제조사 장려금을 비(非)전기통신 서비스의 손익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실제보다 적게 계상하고 있다는 것이 SK텔레콤 설명이다.

반면,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를 통해 단말기를 유통하기 때문에 별도의 회계처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단말기 유통에 따른 손익이 이동통신 서비스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단말기 지원금을 마케팅비용에 추가하는 대신 단말매출에서 제외하고 있다. 회계기준 변경 이후 매출과 마케팅비는 줄고 반대로 이익은 증가했다. 지난해 이통3사 영업익은 SK텔레콤 1.7조원, KT 1.3조, LG유플러스 6300억원이었다. 1년 만에 8:2:0 구도와는 동떨어진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SKT 이익 왜 경쟁사보다 많을 수 밖에 없나=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이익 수준이 경쟁사에 비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익이 높다는 것은 효율적 비용관리 및 투자효율성의 극대화, 마케팅 등 경영이 주된 요인이다.

또한 경영성과와 별개로 정부의 정책이나 경쟁사의 경영환경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KISDI의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서의 누적 영업이익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사의 경영성과나 일회성 비용의 발생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예를 들어 경쟁사들은 2014년 SK텔레콤이 전체 영업이익의 107.2%를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은 KT의 경우 2014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의 발생으로 영업익이 2010~2011년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LG유플러스 역시 2010년까지는 꾸준히 이익을 올렸지만 LTE 경쟁이 본격화된 2011년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사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 이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공격적으로 설정하면 후발사업자가 위기에 빠지거나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인위적으로 관리해왔다. 이동통신 요금수준을 잘 살펴보면 SK텔레콤보다 후발사업자의 요금이 소폭 낮게 책정된다. 이는 후발사업자의 성장을 보전해주는 정책이지만 전체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감안할 때 선발사업자의 이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과거 망원가 측면에서 가장 강점이 높은 1위 사업자가 공격적인 가격책정을 할 경우 하위 사업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며 “1위 사업자 요금이 높았기 때문에 이익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었고 후발사업자들도 1위 사업자 요금이 높아서 경쟁에서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시장지배력 무엇으로 평가하나=시장지배력의 대용치로 활용되는 보편적 지표는 매출액, 통화량, 가입자수 등이다.

유럽의 경우 매출액, 통화량, 가입자수(회선수)를 일반적으로 준용한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시장점유율 분석 지표로 통화량, 가입자수(수량기준), 매출액(가치기준), 설치 회선수(설비기준) 등을 고려한다. OECD는 ‘기업의 이윤수준 및 동향’도 평가 항목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일회성 비용 발생 등 이익 변동성에 따른 평가상 난점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있다. FCC는 아예 수익성 지표가 신뢰성 있는 시장지배력 추정치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국가에서 기업의 수익성 지표와 시장지배력과는 관련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종류나 생산 및 비용의 효율성, 규모의 경제, 경쟁강도 등에 따라 사업자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출과 가입자수의 경우 지배력 유무 판단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EU의 경우 매출액 등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점유율 50% 초과를 시장지배력 존재, 40% 초과를 지배력 행사 개연성의 판단근거로 준용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매출, 사업자들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주장하고 있다”며 “단순히 KISDI 보고서만 보고 경쟁상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며 심사 자문단 역시 그렇게 평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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