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위비톡과 플랫폼 전략...옳은 방향일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1월 6일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을 출시했다. 출시 후 3달 만에 가입자수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나름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를 출시하며 은행권 비대면채널 전략 측면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해도 우리은행이 모바일 메신저까지 선보인 것에 대해선 일각에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톡, 라인 등 몇몇 모바일 메신저를 제외하고 삼성전자의 ‘챗온’, 네이버의 ‘네이버톡’ 등 국내에서 서비스 되고 있던 모바일 메신저가 대부분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인 우리은행의 모바일 메신저 출시는 소비자들로서도 의문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은행이 위비톡을 통해 본격적인 메신저 시장에서 경쟁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가입자 수 400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과 같은 시장의 절대 강자와 위비톡은 단순히 생각해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위비뱅크를 보조하는 모바일 서비스의 한 카테고리로 보는 경향이 다분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은행의 위비톡 알리기 행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은행은 ‘유재석’이라는 톱 연예인을 기용한 CF를 연일 TV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수수료 등 직접적인 서비스 창출을 위해서라면 위비톡보다는 위비뱅크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 알리기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은행이 주력 분야도 아닌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진출해 고분 분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우리은행은 비대면채널 시대에 있어 플랫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위비톡 알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르면 내년 초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강점은 점유율 84%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대규모 가입자 기반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채널을 통한 금융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요소는 바로 가입자 기반이라는 ‘플랫폼’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위비톡 가입자 500만명 수준을 달성하면 독자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등 ICT기업의 눈치를 굳이 보지 않고도 독자적인 모바일 뱅크 등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란 판단이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다양한 혜택 등을 내세워 위비톡 가입자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다른 은행들이 우리은행의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플랫폼 전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른 은행 역시 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해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서비스를 위해 은행이 ICT기업에 줄을 서는 광경은 이제 흔한 광경이 된 만큼 주도권을 찾기 위한 은행권의 고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의 위비톡과 같이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전략을 동일하게 구사할 경우 플랫폼 구성을 위한 ‘정족수’ 달성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차별화된 플랫폼 구현 전략이 필요할 때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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